오렌지카운티 애나하임에서 열린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의지지 집회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트럼프 캠프 측의 초청으로 연단에 오른 중국계 이민자 여성이 연단에 올라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혀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마치 중국계 미국인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대다수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트럼프 후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록 소수지만 일부 중국계 이민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LA타임스가 27일 중국계 커뮤니티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트럼프지지 현상을 조명했다.
지난 25일 애나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후보 캠페인에서 연단에 올랐던 중국계 여성 링 쳉이 입은 T셔츠에는 “중국계 미국인은 트럼프를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인 등 아시아계 이민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온 트럼프를 일부지만 중국계 이민자들이 지지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신문은 링 쳉과 같이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중국계가 소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이들은 대체로 최근 중국 본토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미국으로 이민 온 1세들로 보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또, 대체로 이들은 부를 숭배하는 성향이 뚜렷해 성공한 사업가로 부를 축적한 트럼프를 대단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합법이민자인 만큼 이민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합법 이민자와 불법체류 이민자를 구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UC 리버사이드 대학의 카르식 라마크리시난 교수는 “중국계 커뮤니티의 저류, 특히 이민 1세들에게서는 최근 보수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과 같은 문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정치적 정당성(political correctness)보다는 ‘강한 지도자' 를 선호하는 중국 본토인들의 성향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홍콩 소재 ‘이니티움 미디어’의 짜오인 펭 기자는 “중국에서 ‘정치적 정당성’ 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강한 지도자’를 좋아한다” 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강경발언이나 인종주의적 성향이 중국인들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중국계 미국인은 커뮤니티 내부에서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차이나타운 비즈니스 임프루브먼트 디스트릭’(CBID) 관계자는 “우리들 중 누군가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미국에 사는 이유이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누구든 지지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중국인들은 그를 매우 스마트하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말하기 힘든 말을 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계 커뮤니티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개적인 트럼프 지지 현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의 61%가 트럼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자신을 ‘민주당’ 이라고 밝힌 아시아계는 4년 전 35%에서 47%로 크게 늘어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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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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