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오르 해저에 광산 폐기물 매립
▶ 해외서는 환경보호 나서면서 정작 국내선 환경파괴 행태 논란

노르웨이 관광청 홈페이지의 피오르 홍보 사진.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서단의 노르웨이는 연어, ‘피오르’(Fjordㆍ협만), 오로라 등 천혜의 자연이 선사한 선물을 하나도 아닌 셋이나 간직한 운 좋은 국가이다.
이 가운데 수백만 년 동안 빙하가 깎아 만든 2만 여㎞ 길이의 피오르 해안은 절경을 자랑하며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노르웨이의 조용한 보석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노르웨이 피오르는 갑작스러운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이며 잡음으로 북적거리고 있다.
지난해 4월 노르웨이 산업부는 피오르 해저 300m에 광산 폐기물 수억 톤을 매립하는 사기업의 계획안을 최종 승인했다. 당초 중금속을 포함한 폐기물을 피오르 아래에 묻으면 해양생태계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했지만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중시하는 기업의 논리가 승리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사실 브라질 아마존 환경보존을 위해 거액을 출자하는 등 그동안 ‘환경 지킴이’를 자처했던 노르웨이 정부의 이미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역만리 국가의 환경을 보호하는데 거액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국내 환경파괴를 묵과하는 ‘아이러니’로 인해 조용한 북국 노르웨이는 격렬한 논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피오르에 매년 600만톤 폐기물 매립
“정부의 위선이 역겹지 않나요” 노르웨이 나우스트달시에서 환경보호 활동가들을 이끄는 포슌드가 고함을 지르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정작 피오르에는 광물 쓰레기를 버리면서 아마존을 지키는 데 그렇게 큰 돈을 내는 정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피오르에서 흘러간 물이 아마존 숲도 키우는 게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포슌드가 사는 곳은 노르웨이 남서쪽에 위치한 푀르데 피오르 구역. 해안 인근의 엔게뵈 산에서는 최근 드릴로 땅을 파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귀를 때린다. 광산 기업인 노르딕마이닝이 국내 최대 티타늄 광산인 엔게뵈에서 티타늄 원료 광물인 루틸 채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0년 전 채굴 허가를 받은 데다 루틸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은 엔게뵈 아래 2억5,000만톤에 달하는 유휘암층 광물 중 값비싼 루틸(4%)과 석류석(33%)을 뺀 나머지 폐기물을 처리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노르딕마이닝은 결국 2013년 ‘엔게뵈 프로젝트’를 고안, 추진했다. 엔게뵈 프로젝트는 푀르데 피오르 해저 300m 지점에 채굴 후 폐기물을 매년 600만톤씩 50년 간 매립하는 계획이다. 폐기물에는 카드뮴, 납, 수은 등 중금속이 포함될 예정이라 프로젝트 발표 직후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바르 포섬 노르딕마이닝 최고경영자(CEO)는 2014년 “폐기물은 가장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매립될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하며 “40년간 쇠락해 온 광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친환경적으로 이뤄지는 현대적 광산업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다.
정부는 새로운 산업동력을 기대하며 프로젝트에 승인 도장을 찍었다. 노르딕마이닝이 약속한 170명 규모의 직접 채용, 지역 내 300명 상당의 추가 고용효과는 인구 524만명의 작은 나라에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모니카 맬란드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4월 “미래 일자리와 복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광물산업은 지방 소도시를 살릴 것”이라며 최종 승인 결정을 발표했다. 지역주민들도 프로젝트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나우스트달시 베브링 마을 주민인 로알드 크밤멘은 “(엔게뵈 프로젝트를)긍정적으로 본다”며 “우리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환경 단체뿐 아니라 관광, 어업 분야 등 각계 관계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해양연구소(NIMR)가 폐기물의 미세 입자가 피오르로부터 퍼져 나와 일대 생태계와 먹이사슬을 해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데 이어 비달 헬게센 환경부 장관은 노르웨이를 “모순이 가득한 나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피오르 지역 관광위원회 차원에서도 엔게뵈 프로젝트를 ‘현대산업의 재앙’이라고 공격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이에 현지 어민들은 푀르데 피오르로 흘러 들어가는 2개의 강(나우스타ㆍ옐스트라)을 따라 연어 치어들이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매립지 중앙을 지나치며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반대 진영에 가세하고 있다.
■아마존 보호위해 브라질에 10억달러 쾌척
노르웨이 정부가 엔게뵈 프로젝트 승인으로 비판 받는 데는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환경 영웅’의 역할을 자임해 온 탓도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 기금’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제안으로 아마존 삼림 파괴 억제를 위해 조성된 아마존 기금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억달러의 기부금을 쾌척했다.
아마존 기금 전체의 96%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다른 대륙의 열대우림 보호에 거액을 기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환경 보호 분야의 선두에 서 온 노르웨이가 자국에서는 환경 파괴 우려가 큰 사업을 묵인하자 위선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환경 자선 손길은 브라질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에도 닿아있다. 인도네시아는 팜유(야자기름) 생산을 위해 삼림을 계속해서 태우고 있는데, 노르웨이 정부는 인도네시아 삼림 및 늪지대 보호를 위해서도 2010년 10억 달러 상당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이렇게 노르웨이가 개발도상국의 자연자원 보존을 위해 지출하는 예산만 해도 한해 7억3,7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노르웨이 국내 사정은 엔게뵈 프로젝트 외에도 부끄러운 것 투성이다. 노르웨이 전역의 삼림 중 160년 이상 지속된 숲은 4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환경 운동가들은 이렇게 성숙한 삼림이 종 다양성을 결정한다고 보고 지나치게 ‘젊은’ 노르웨이 숲에 계속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보존을 촉구한 늪지대 또한 노르웨이에서는 지난 100년간 3분의 1이 말라버렸다. 2020년까지 보존 목표로 정해진 늪지대는 5% 수준으로 유엔 차원에서 합의된 17% 목표 치에 한참 미달하고 있다. 헬게센 환경부 장관은 삼림과 늪지대 상황이 개선 중이라면서도 “빈약한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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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GDP 22% 차지하는 석유·개스 의존 탈피 정책도 진통
노르웨이는 명실상부 유럽 제1의 석유부국이자 세계 5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가 수출액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유가 폭락 사태를 맞은 노르웨이는 화석연료 산업을 지속할지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최대 갈등은 노르웨이의 ‘오일머니’로 조성된 국부펀드 투자를 두고 불거지고 있다.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석탄 생산기업 52곳과 심각한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17개 기업에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수년 전부터 투자 철회를 논의해 온 국부펀드가 2015년 12월 합의된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8,550억달러 규모 자금을 휘두르고 있는 노르웨이국부펀드의 철회 결정은 탄광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국부펀드의 방향 전환은 일견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지구촌 대열에 합류한 것처럼 해석되지만 여기서도 노르웨이 정부의 양면성은 드러났다. 당초 노르웨이 의회에서는 석탄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 생산기업에 투자를 철회하는 안이 논의됐으나 여전히 석유 및 가스 매출이 국내총생산(GDP) 22%를 책임지는 상황을 감안해 탄광업에 손을 대는 조치에 그쳤다. 또한 철회 논의가 진행되던 2014년 노르웨이 국영기업이 도리어 북극권 근처 스발바르 제도에 새롭게 탄광 운영을 시작해 감시 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샀다.
민간에서는 점차 석유 이후의(post-oil)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기업들이 탐사 비용에 대해 받는 78%의 과감한 면세 혜택에 대한 비난이 높다. 사실상 산업보조금인 이러한 혜택이 한해 170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한 니나 옌슨 세계자연기금(WWF) 대표는 “우리가 정말 화석연료 산업을 종결하고자 한다면 혜택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FT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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