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이란을 방문해 큰 성과를 이뤘다고 한다. 청와대는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370억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고 발 빠르게 발표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다 MOU 체결 기록 보유자가 됐다. 취임 후 해외 순방 때마다 맺은 MOU가 455건에 달했다.
그러나 MOU는 법적구속력이 없는 게 아쉬움이다. 조약, 협정, 계약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 맺은 96건의 자원외교 관련 MOU만 봐도 실제 계약으로 실현된 것은 16건에 그쳤다.
순방 성과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MOU가 남용된다며 옥새의 가치가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한인사회에도 MOU와 비슷해 보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세미나다. 첫 번째 공통점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된 세미나 관련 뉴스는 1,655건에 달했다. 주제도 다양해 노동법, 부동산, 대학입시, 세법, 은퇴, 창업, 가정상담, 공부 잘하기, 식이요법 등 거의 무궁무진하다.
두 번째 유사점은 뒷일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제성이 없는 MOU는 이후 안 하거나 못 해도 상관이 없다. 세미나도 이해했는지, 실천하는지, 전파했는지 누가 확인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MOU가 현실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 오히려 세상물정 모른다고 혀를 찬다. 세미나를 개최하는 어떤 이들은 일회성이길 바라기도 한다.
실제 최근 한 한인단체 세미나에 갔다가 빈자리가 많아 주최 측에 물으니 “어쨌든 잘 넘겼다”고 동문서답했고 세미나를 마친 뒤 한 참석자는 “지난해랑 똑같네”라고 혀를 찼다.
새로 부임한 파견 공무원, 선출직 대표자들이 한인사회에 더 많은 세미나를 열 것을 약속하고 있다. 다만 주최 측이 강사만 연단에 세우고, 청중은 다리 꼬고 앉는 식으로는 소실점으로 치닫는 평행선 위에 서로를 세운 데 지나지 않는다.
한인사회의 넘쳐나는 세미나를 진짜 힘을 내는 동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둘러앉는 식으로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시 인류부터 인간은 둘러앉아 불을 피우는 행위를 시작으로 공동체를 유지했다. 둘러앉은 자리에서 무엇을 사냥하고 채집할지, 어떻게 포식자로부터 우리를 지킬지, 어디로 가야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지 등을 토의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주류사회 언저리에서 정보 소외와 소통 부족을 겪는 한인들을 위한 배려가 세미나라면 준비 뿐 아니라 이후 효과에 대해서도 책임감 있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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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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