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지법안 줄줄이 폐기… 8개주만 시행 중
▶ 재소자 폭증에 교정예산도 ‘눈덩이’

마약 전과자인 로널드 틸먼이 네브래스카주 링컨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문 밖에 서있다. 모르핀 정제를 경찰 측 정보원에게 판매하려다 중범으로 기소돼 3년간 복역한 그는 이로 말미암아 푸드스탬프 수령 자격을 상실했다.
로널드 틸먼(54)은 가석방된 마약딜러다.
네브래스카주 링컨에 거주하는 틸먼은 조울증이라고도 불리는 양극성 장애와 심각한 허리부상으로 심신이 불편한 전과자다. 당연히 밥벌이는 그의 능력 밖의 일이다.
지난 2013년 가출옥한 그는 월 733달러의 장애수당에 의존해 목숨을 이어간다.
돈이 떨어지면 해군 참전용사 출신인 틸먼은 동네 그로서리 마켓에 ‘잠입’해 식량조달 작전을 펼친다.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좀도둑질이지만 가석방 상태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붙들리면 교도소로 돌아가야 한다.
틸먼은 “배가 고파 출소 후 두어 차례 식료품을 훔쳤다”며 “푸드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면 형편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푸념했다.
하지만 그는 연방지원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
네브래스카주가 마약 전과자에게 푸드스탬프 지급을 금지한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연방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틸먼이 강도나 절도 등 다른 죄목으로 기소됐다면 출소 후 재수감 위험을 무릅써 가며 좀도둑질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브래스카주 정부의 고민도 깊다. 늘어나는 재소자 인구와 이에 따른 교정예산 증가로 골머리를 앓는 주 정부는 마약 전과자들의 푸드스탬프 수령자격 박탈법을 폐기하고 싶어하면서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저울질만 계속하고 있다.
반면 앨라배마와 텍사스를 비롯한 몇몇 주는 최근 몇년 사이에 이 법을 폐기하거나 내용을 대폭 완화했다. 주린 배를 채우려고 강‧절도행위를 저지르다 교도소로 유턴한 마약 전과자가 전체 재수감자 인구의 25%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한 결단이었다.
푸드스탬프 금지법은 연방법이지만 집행여부는 각 주 정부의 소관이다.
조지아주도 조만간 마약 전과자들에게 푸드스탬프 제공을 금지한 법을 폐기할 예정이다. 조지아주마저 이 대열에서 이탈하면 알래스카, 애리조나, 플로리다, 인디애나, 미시시피, 네브래스카,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웨스트버지니아 등 8개 주만이 남게 된다.
네브래스카주의 푸드스탬프 금지법을 폐기안은 얼마 전 주 의회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었지만 절차법에 묶여 좌초했다.
그러나 폐기론자들은 내년 봄 개정안이 재상정되기를 희망한다.
네브래스카주 상원의 공화당 의원인 타미 가렛은 “마약문제를 지닌 사람들이 과거에 잘못을 범하긴 했으나 다른 중범들에게는 허용되는 식비지원을 이들에게만 금한다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드스탬프 지원으로 이들의 재범률을 줄일 수 있다면 시도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네브래스카 주지사 피트 리케츠와 약 열두 명의 주 의원들은 그러나 가렛 주 상원의원과 의견을 달리한다.
주지사를 비롯, 폐지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현행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마약 판매상, 혹은 마약 소지로 2회 이상 기소된 사람들로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에게 푸드스탬프를 주는 것은 마약습관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네브래스카의 재소자 인구는 1997년에서 2014년에 이르는 기간 무려 5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강화된 양형법 등의 이유로 인해 현재의 교도소 수감자들의 수는 5,300명을 넘어섰다. 이는 네브래스카주 전체 교도소 정원의 165%에 해당하는 숫자다.
네브래스카 교졍국의 통계에 따르면 교도소 밖으로 나간 출감자들의 약 3분의 1은 다시 감방으로 돌아온다. 또한 출소자들의 28%는 마약 관련법 위반자들이다.
주 상원 교도소감독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레스 세일러 의원은 “마약법위반은 대개 비폭력범죄”라며 “우리의 목표는 수감자들이 출소 후 일자리를 잡아 감방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드스탬프 수령액은 1인당 월 최고 194달러이고 2명의 미성년자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매월 식품구입 지원비로 511달러가 지급된다.
지난 20년간 앨라배마에서 푸드스탬프 이슈와 씨름해온 캐롤 군드락은 “우리가 아는 기존의 웰페어를 끝내자”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제안한 행정 입법안에 마약법 위반자들에게 푸드스탬프를 주지 않는다는 별도의 법안이 포함됐다고 소개하고 “지금 와 생각하니 그것은 지독히 나쁜 법안이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는 재소자 인구가 교도소 수용 정원의 2배가 넘는 3만명을 돌파하자 마악 전과자들에 대한 푸드스탬프 중지를 철회했다.
푸드스탬프 프로그램은 연방 정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따라서 마약사범의 수혜자격을 회복시킨다 해도 주 정부로선 전혀 부담스러울 것이 없다.
지난해 네브래스카주 정부는 마약전과 기록이 있는 676명의 푸드스탬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푸드스탬프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마약전과자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전과 사실 때문에 기각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2006년 마약제조 및 배달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는 링컨 주민 데스테니 코무소는 법정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중범기소를 면한 덕분에 교도소에서 풀려난 후 푸드스탬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출소 후 일자리를 잡기까지 6개월간 푸드스탬프 덕분에 끼니 걱정 없이 지냈다”며 “어떻게 아이들을 먹일 것이냐는 부담에서 놓여나니 재활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코무소는 현재 연방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지 않은 채 두 아이를 부양한다.
한편 틸먼은 “척추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나 같은 사람에게 푸드스탬프를 주지 않는 것은 도둑질을 하거나 아니면 굶어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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