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방미 목적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파리협정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유엔)
북, 유엔총회ㆍ안보리에 각각 3건 공식문건 회람
“군사훈련 중단하면 핵실험 중지” 대화 공세
안보리, 북 SLBM 발사 규탄성명 만장일치 채택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4박5일(20일∼24일) 뉴욕을 방문하고 떠났다.북한 당국이 발표한 리 외무상의 방미 이유는 유엔본부에서 21일 열린 유엔 총회의 ‘2030 지속가능 개발목표(SDG) 고위급 토론’ 참가와 2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온실가스 감축 합의 ‘파리협정(COP21) 고위급 서명식 행사' 참석이었다.
그러나 리 외무상이 뉴욕을 찾은 참 목적은 이번 유엔 공식 행사를 기회 삼아 미국에 직접 와서 북한의 외교수장 자격으로 “대화” 메시지를 워싱턴에 공개 전달하기 위해서였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첫 번째 문건
리 외무상의 뉴욕 도착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 각각 3건의 관련 공식문건이 회람됐다. 자성남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가 1일, 4일과 5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잇달아 편지를 보내 유엔(총회와 안보리)에 공식문건으로 회람시켜 줄 것을 요청한 북한 당국의 발표문들이다.
첫 번째 문건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평양 3월31일자)로 “미국이 조선반도정세격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해 보려고 어리석게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가 핵무기를 가지게 된 것도 오늘에 와서 선제공격인 대응방식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도 전적으로 미국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담화는 또 “미국이 국제법으로도 명백히 담보돼 있는 주권국가의 자위권과 합법적 권리를 걸고들며,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서 ‘제재결의’를 날조해낸 것이야 말로 우리의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라고 유엔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두 번째 문건
유엔에 회람된 두 번째 문건은 외무성 대변인이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형식(평양 4월2일자)의 선전문으로 북한이 앞서 안보리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의제로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사실(자 대사의 3월16일자 안보리 의장 앞 편지)을 밝히며 이를 거부한 유엔을 대놓고 비난한 내용이다.<본보 4월 6일자 A14면 기사>
조중통은 선전문에서 “이번에 유엔안전보장리사회가 (우리의)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 제소를 외면한 것은 평화와 안전보장이라는 자기의 사명도, 국제기구로서의 활동에서 생명으로 되는 공정성도 다 줴버리고 미국에 충실한 정치적도구로 전락 되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놓은 것으로 된다”며 “반세기 이상에 걸친 미국의 합동군사연습으로부터 오는 핵전쟁위협을 눈감아주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는 우리에게 그 어떤 제재를 가할 정치적, 법률적 명분은 물론 도덕적 체모마저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유엔의 책임을 직접 따졌다.
■세 번째 문건
그리고 유엔에 회람된 세 번째 문건은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한 달째인 지난 3일 북한이 돌연 대미 “협상”을 거론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이다.
담화는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 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됐다”는 내용을 담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고 유엔이 이를 조장할 것을 주문했다.
담화는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힘의 과시에 매달릴수록 미국 본토를 핵 참화 속에 몰아넣고 이 행성에서 지리멸렬하는 길을 앞당기게 된다”며 “남조선 괴뢰들과 일본 반동들도 대조선 압살에 광분할수록 무자비한 보복세례만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해 6자회담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 역시 북미 대화를 지지할 것을 강요했다.
이들 3개 문건의 유엔 회람은 북한이 리 외무상의 방미를 앞두고 당국의 입장을 회원국에 공식 전달함과 더불어 그가 유엔 무대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이 제시하는 조건 아래의 북미 대화 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놓는 계산이었다.
■국제사회지지 호소
실제로 뉴욕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21일 SDG 토론에 참가해 유엔 연단에서 “지금도 30만 명의 방대한 무력과 미국의 핵전략 자산들이 동원된 사상 최대 규모의 핵전쟁 연습이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대화도 해보고, 국제법에 의한 노력도 해 봤지만 모두 수포가 됐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서는 이어 22일 파리협정에 서명한 뒤 역시 유엔 연단에서 “지구환경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 우선적인 주의를 돌려야 한다고 본다”며 “미국의 끊임없는 핵전쟁연습으로 말미암아 조선반도에 조성된 위험천만한 정세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다른 문제에서도 성과적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틀 열린 유엔 행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북한은 지속된 미국의 위협 때문에 자국 방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정당성과 대북 제재의 부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또 북한은 미국이 꾸준히 가해온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러기에 국제사회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미국의 행위에 관심을 갖고 자신들이 제안해온 북미 대화를 지지해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는 호소를 곁들인 것이다.
■AP 통신 인터뷰
이처럼 유엔 무대를 통해 연 이틀간 국제사회를 상대로 “대화” 공세를 펼친 리 외무상은 미국 출국을 하루 앞둔 23일 주유엔 북한대표부에서 가진 AP 통신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미국을 상대로 “대화” 메시지를 공개 전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이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도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제안했다. 뉴욕 도착 4일 만에 이번 방미의 참 목적을 드러낸 것이다.공개 제안은 물론 북한이 지난 해 1월 이미 던져보았으나 미국이 “핵 포기 행동” 원칙을 고수하며 거부한 것이지만 그 후 4차 핵실험과 추가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한 미국의 입장 변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리 외무상의 방미를 앞두고 지난 15일(평양시간) 북한의 무수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이어 그의 방미 중인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는 이번 AP 기사로 미국과 세계에 널리 알려질 대화 제안과 그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담겨있었다.
리 외무상의 AP 통신 인터뷰가 유엔에 상주하고 있는 AP 통신 유엔지국 기자(지국장 포함 4명)가 아니라 일본에서 뉴욕으로 날아온 에릭 탈마지(Eric Talmadge) 평양지국장에 의해 이뤄졌고 이번 SLBM 발사 이전에 이미 양측의 합의가 있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 외무상은 이번 방미 목적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지원을 받아 차곡차곡 모두 달성하고 돌아간 셈이다. 안보리는 리 외무상이 미국을 떠난 직후인 24일 오후 북한의 SLBM 발사를 기존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한편 독일을 방문 중인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베를린 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 회견에서 “(AP 통신이 보도한) 북한의 약속은 대언론 공식 발표에 입각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심을 보여준다면 미국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겠다”고 북미 대화에 대한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yishin@koreatime.com
<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