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어온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22일(이하 한국시간)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하면서 한국 양대 선사가 모두 채권단에 운명을 내맡긴 처지가 됐다. 이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각각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양호·현정은 회장 경영권 상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적자의 늪에 허덕이며 구조조정 1순위로 꼽혀온 한국 양대 해운사가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의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율협약에 의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오는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예정이다. 자율협약이란 기업이 독자적 자구 노력만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신청하는 것으로 경영권을 포기하는 수순이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한진그룹의 지원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현대상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했던 탓에 이날 자율협약 신청 결정을 바라보는 해운업계의 충격도 그만큼 컸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다. 용선료(선박 임대료)를 낮춰야 출자전환 등 채권단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종합물류그룹 한진 위상 타격
결국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이 1977년 창업한 이후 39년 만에 조양호 회장 품을 사실상 떠나게 됐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 고 조수호 회장이 경영해 오다 2006년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았으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2014년 4월 경영권을 한진그룹에 넘긴 바 있다.
한진그룹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13년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해운업계가 장기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한진해운은 2013년 이후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1조7,000억원 규모의 전용선 부문을 매각하고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자구 노력을 이어왔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영업이익 369억원을 달성하고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진해운 매출은 2013년 기준 10조원대를 기록했으나 2014년에는 8조5,000억원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의 경우 7조7,00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외환위기 당시 보유하던 배를 팔고 외국 선사들에서 배를 빌려 써 왔는데 해운업 호황기에 책정한 용선계약 때문에 시세를 훨씬 뛰어넘는 용선료를 지급하면서 적자에 허덕여 왔다.
▲양대 해운사 합병 가능성 급부상
이렇듯 해운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불가피해지고 국내 양대 선사의 운명이 모두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꾸준히 거론돼 온 양대 해운사의 합병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다.
한국 해운업계는 한국 해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면 ‘한국 해운사들은 위험하다’는 불안감을 주고 세계 해운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나 영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한 인사는 “국가 기반산업인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