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총책 매나포트 “5월 중순까지 ‘사실상 대선후보’ 입지 확보”
미국 공화당 대선경선의 '결전 무대'로 떠오른 1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경선을 앞두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기존 선거전략을 대폭 손질하고 있다.
정치적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를 상징하는 '파격'보다는 기존의 선거공식을 뜻하는 '전통'을 가미하는 쪽으로 선거운동 방식을 바꾼다는 의미다.
거침없는 언행과 '언론 플레이'로 대중적 열기를 끌어모으는 방식으로는 대세를 조기에 확정짓는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탓이다.
그 중심에는 트럼프가 '중재 전당대회' 가능성을 염두에도 최근 기용한 공화당의 베테랑 선거전략가인 폴 매나포트(67)가 있다.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밥 돌, 조지 W. 부시 선거캠프에서 활약한 '노장' 매나포트는 기존 선거의 공식에 입각한 전통적 선거방식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매나포트는 9일 워싱턴 포스트(WP)에 "트럼프의 메시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전체적인 선거 캠페인이 보다 전통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기존과는) 다른 모델이었고 그것이 먹혀들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전통적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의 선거캠페인은 발전하고 있으며 지금 성숙하고 있는 단계"라며 "우리는 새로운 책임과 요구에 직면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이를 인정하고 고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직보'를 한다는 그의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가 펼쳐온 기존 선거운동 방식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경선 초기만 해도 트럼프는 백인 보수층의 속을 후련하게 긁어주는 막말과 좌충우돌 행보로 인기를 끌어모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메시지의 신선도는 떨어졌고 급기야 '헛발질'로 보이는 도넘은 언행까지 나오면서 스스로 한계를 초래했다.
낙태여성 차별 발언, 테드 크루즈 부인의 외모를 폄하하는 사진의 리트위트, 한·일 핵무장 용인을 비롯해 외교정책적 실언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선거책임자의 여기자 폭행 논란까지 가세했다.
유권자들과 대면접촉을 하고 광고에 돈을 쏟아부으며 바닥표심을 공략하는 대신 대규모 관중을 동원하는 '유세쇼'와 방송 인터뷰를 이용한 언론 플레이에 의존하는 변칙적 방식도 더이상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에 직면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지난 5일 경선을 치른) 위스콘신은 트럼프 선거전략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트럼프가 위스콘신 경선 하루 전날인 4일 밀워키에서 개최한 유세에는 관중석의 절반인 수백석이 텅빈 상태였다는게 AP통신의 보도다. 여기에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를 띄워줘야할 지역 라디오 토크쇼 호스트들은 오히려 반(反) 트럼프 전선에 가담했다. 이튿날 경선에서 트럼프의 대패는 예고된 참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로서는 기존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게 미국 언론의 지적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트럼프의 본선행 저지를 위해 '중재 전당대회' 시나리오까지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트럼프로서는 '변신'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트럼프 선거캠프가 검토 중인 '전통적 선거방식'에는 트럼프의 주특기인 즉흥 연설을 피해 원고를 미리 써놓고 읽는 연설을 하도록 하는게 포함돼있다.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는 막말이나 정책적 실언을 줄여보고자 하는 고육책이다.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조직선거'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WP는 트럼프 조언자들을 인용해 "경쟁후보들인 테드 크루즈와 존 케이식이 앞으로 수주간 보다 조직적이고 훈련된 선거캠페인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 선거방식에 길들여진 트럼프가 얼마나 과감한 전략적 변화를 꾀할지, 또 기존 트럼프의 유세방식에 열광해온 지지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볼 일이다.
현재 트럼프 캠프의 지상 목표는 중재 전당대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도록 마지막 경선일인 6월7일까지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를 뜻하는 '매직넘버'(1천273명)를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5월 중순까지는 대세를 확정지어 '사실상의 대선후보'(presumptive nominee)의 입지를 굳혀놓겠다는게 매나포트의 야심찬 구상이다. 특히 열흘 앞으로 다가온 뉴욕 경선에 걸린 대의원 95명 가운데 최소 80명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트럼프 캠프는 벼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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