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종교자유법’을 발의한 온더 의원
우리나라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표결을 저지하고자 야당 의원 38명이 연단에 올라 192시간 25분간 주장을 펼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47년 만에 등장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장시간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가 모처럼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 주 상원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이른바 '종교자유법'의 표결 처리를 막고자 39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현지시간 7일 오후 4시(한국시간 8일 오전 7시)에 시작된 '끝장 토론'은 9일 오전 7시(한국시간 9일 오후 10시)에서야 끝났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이 '선결발의'란 제도를 통해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제한했고, 결국 찬성 23, 반대 9로 상원 합동 결의안 39호(종교자유법)는 가결 처리됐다.
전체 34석인 미주리 주 상원은 공화당 24석, 민주당 8석, 공석 2석으로 이뤄졌다.
공화당 소속 보브 온더 의원이 발의한 문제의 종교 자유법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법원 서기나 결혼식장 업자, 종교 단체, 빵 가게 주인, 꽃가게 점주 등이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 소수자 손님을 탐탁지 않게 여겨 차별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성 소수자를 차별토록 한 이 법안은 미주리 주 헌법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일간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당시 필리버스터의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하다.
무제한 토론에 지친 의원들이 잠을 청하거나 옷을 바꿔입으러 나가는 바람에 의사당은 거의 텅 비었다.
일부는 매시간 정족수를 셀 때만 의사당에 들어오기도 했고, 안건과 별 상관없는 주제를 논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성 소수자의 권리 옹호를 위해 나선 자당 의원들을 트위터 등으로 격려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동등한 결혼은 법에 명시된 것"이라면서 "차별을 막기 위한 미주리 주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지지한다"고 썼다.
샌더스 의원도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은 모든 선출직 공무원의 의무"라면서 "필리버스터는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미주리 주 상원은 10일 이 법안에 대한 최종 투표를 한 번 더 한 뒤 하원에 넘긴다.
하원도 통과하면 이 법안은 올해 8월 또는 11월 주민 투표에서 실행 여부가 판가름난다.
미주리 주 상원은 이번 필리버스터로 지난 1999년 낙태법안 표결 때 작성된 해당 의회의 최장 시간 무제한 토론 최장 시간(38시간)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울러 연방 상원까지 합쳐 역대 상원 역사상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최고는 1957년 민권법 저지를 목적으로 연단에 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 스트롬 서몬드가 작성한 24시간 18분이다. <연합뉴스>

미주리 주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지지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주리 주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지지하는 버니 샌더스 의원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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