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서 대여 티치아노·루벤스 레오나르도·램브란트는 물론 첫 공개 피카소 ‘빨간 의자…’
▶ 마티스 등 메트 소장품까지 블록버스터급 작품들 즐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새로 문을 연‘메트 브로이어’. 전에 휘트니 미술관이 있던 건물이다.
■ 메트 뮤지엄, 새 현대미술관 ‘메트 브로이어’ 3월18일 개관
미국 최대의 박물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1년반 동안의 준비와 공사를 거쳐 새로운 현대미술관 메트 브로이어(Met Breuer)를 오는 3월18일 개관한다.
메트 뮤지엄에서 5블럭 떨어진 매디슨 애비뉴에 소재한 메트 브로이어는 전에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이 위치해 있던 곳으로, 1966년 유명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가 설계한,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독특한 디자인과 외관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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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서 열리는‘미완성’ 전시에는 메트 소장품과 유럽 각국에서 대여해온 작품들이 가득하다.
메트 뮤지엄은 지난 해 휘트니가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한 후 베이어 블라인더 벨 건축회사를 통해 이곳을 새롭게 단장했으며, 앞으로 모던과 콘템포러리 아트 전시장으로 사용하면서 현대미술에 좀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통미술로 유명한 메트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사람들은 메트가 이제 모마(MoMA)와 휘트니 같은 현대미술관에 도전장을 내는 것인지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8일 개막하는 2제의 개관전을 미리 살펴본 결과 메트는 콘템포러리 아트라는 물속에 첨벙 뛰어든 것이 아니라 발끝만 살짝 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개관전 중 작은 전시는 인도 작가 나스린 모하메디(Nasreen Mohamedi, 1937-1990)의 사진과 드로잉 전으로, 문화적으로 굴절된 그녀의 통찰력 있는 미니멀리즘 작품세계가 아름답게 빛을 발하며 드디어 제도권의 인정받게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메트 브로이어 2층에 꾸며진 이 전시는 비 서양문화권의 미술에 대한 메트의 헌신을 엿보게 해준다.
압도적인 것은 3층과 4층 전체를 채운 주요전시 ‘미완성’(Unfinished: Thoughts Left Visible)이다. 르네상스 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통틀어 미완성으로 남겨졌거나 미완성처럼 보이는 작품들을 모아 걸었는데,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엄청난 예술품들이 보고를 이루고 있다.
가장 흥분되는 부분은 1820년대 이전까지의 초기 섹션으로 이 전시실에는 메트의 소장품이 약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유럽 각국에서 대여해온 티치아노, 레오나르도, 루벤스, 램브란트 등 미국에서 거의 보기 힘든 입이 쩍 벌어지는 블록버스터 급의 작품들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전시는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현대미술로 옮겨지고 흥분은 조금씩 줄어든다.
3층 전시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르네상스 화가 티치아노의 위대한 ‘가죽이 벗겨지는 마르시아스’가 관람객을 맞는다. 멀리 체코에서 대여해온 화가 말년의 작품이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빌려온 ‘정원에서의 고뇌’도 있다. 다음 전시실에 걸려있는 네덜란드 앤트워프에서 날아온 얀 반 에이크의 보석같은 ‘성녀 바바라’는 1437년 작으로 이 전시에서 가장 초기의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여인의 두상과 어깨’는 1500-05년경의 작품인데 얼굴은 상아조각처럼 아름답게 그려져 있으나 머리카락 부분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그 너머로 피터 폴 루벤스의 웅장한 ‘헨리 4세와 이브리 전투’가 걸려 있다.
이 작품들이 왜 미완성으로 분류됐는가에 대해 하나하나 벽에 설명이 붙어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자들이나 미술품 애호가들 사이에 수세기에 걸쳐 논란이 있어왔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는 수많은 작품을 시작만 하고 완성하지 못한 화가들로 유명하다. 워낙 다방면에 재능이 많다보니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혹은 후원자의 요구에 따라, 아니면 뜻하지 않은 지연 등의 이유로 끝내지 못하고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갔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화가가 일부러 미완성인 것처럼 보이도록 완성한 ‘논 피니토’ 작품들도 있다. 논 피니토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사용되어온 용어로 이미 티치아노, 루벤스 등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고, 현대의 루시안 프로이드의 유명작품 ‘자화상 반영, 파편’처럼 얼굴은 완성했으나 그 외의 부분은 거친 라인만 남겨놓은 것도 있다.
계속해서 구스타브 클림트의 ‘리아 뭉크 3세의 사후 초상’, 에드바르드 뭉크의 ‘자화상’, J.M.W. 터너의 ‘거친 바다’,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열차’, 마네의 ‘장례식’ 등도 볼 수 있다.

일반에 처음 선보이는 피카소의‘빨간 의자에 앉은 여인’.
4층으로 올라가면 세잔과 피카소, 그리고 논 피니토의 대가인 마티스가 나오고 전쟁후로 넘어가면서 현재의 현대미술까지 다다른다. 여기에는 경매시장이 보장하는 소위 블루칩 작가들이 포함된다. 특히 볼 만한 것은 대중에 처음 공개되는 피카소의 ‘빨간 의자에 앉은 여인’(1931)으로, 그의 연인이었던 마리 테레즈 발터의 나른한 몸매 위의 얼굴 부분은 흑백으로 마구 붓질을 하고 하트를 그려놓은 작품이다.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브라이스 마든, 사이 톰블리, 로댕, 브루스 나우만, 루이스 부르주아, 레베카 워렌, 스튜어트 데이비스, 잭슨 폴락, 야오이 쿠사마… 미완성의 작품들이 이처럼 멋지게 감동적이기도 힘들다.
15세기에서 현재에 이르는 미완성 미술품을 전시한다는 아이디어는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하고 계몽적이며 대중적인 인기도 끌 수 있다. 거시적 관점으로는 세계 최대의 백과사전적 박물관인 메트가 모던과 현대미술을 같은 맥락에서 아우르는 독창적인 잠재력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메트는 많은 다른 미술관들과 마찬가지로 뭔가 놓치거나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맹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규모나 전문에 상관없이 뒤처지고 싶은 뮤지엄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현대 콘템포러리 미술의 세계는 최고와 최저, 아날로그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와 패션 등 모든 것이 혼합된 문화의 확장된 지평에서 밝게 빛나는 싸구려 보석과 같다. 이 세계는 굉장히 비싸고, 사회적으로 한 수 위에서 앞서가며, 엄청난 에고가 판을 치는 셀러브리티들의 놀이터다. 모든 콜렉터의 반 이상이 콘템포러리 아트를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이사들과 기부자들, 그리고 관람객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다. 그 결과 미술역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콘템포러리 아트 즉 동시대의 미술이 가장 많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미술 전문인 뮤지엄들조차 시간을 건너 뛰어 현대로 달려오고 있다. 콜렉션이 인상주의에서 멈춰있던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나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현존 작가의 전시를 보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다. 따라서 과거의 문화예술을 보존 전시하는 메트와 같은 백과사전적 박물관들도 현대미술을 구입하고 전시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LA카운티미술관(LACMA)과 같은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은 뮤지엄들은 그런 변화에 발맞추기가 쉽지만 메트처럼 거대하고 오랜 전통을 가진 박물관이 변화하는 것은 바다에서 대형선박의 머리를 돌리는 일처럼 많은 주의가 요구되는 일이다.
메트가 앞으로 브로이어 건물에서 어떤 일들을 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콘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관심과 확장은 사람들의 예측과 기대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미완성전’은 오는 9월4일까지 계속된다.
<사진 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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