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이다".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의 최대 분수령이 될 '슈퍼 화요일' 승부가 전날보다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시작됐다. 매사추세츠 주(州)의 주도(州都)인 보스턴의 수은주는 영상을 가리켰지만, 매서운 칼바람이 도시를 휘감았다.
그 속에서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오전 7시에 문을 연 각 투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하려는 유권자들로 붐볐다.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선 풍경은 한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홀로 휠체어를 타고 온 노신사에 두 손을 꼭 잡고 들어서는 노부부, 아이 손을 잡고 온 엄마의 모습은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이는 현 상황을 보여준 듯했다.
현재 매사추세츠 주는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압승이 예고됐지만,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초접전으로 한 표가 그 어느 주보다 중요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도 180만여 명이 투표했던 2008년보다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자가 찾은 보스턴 시내 3지구 1투표소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엘더리 하우징 빌딩은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투표장을 안내하는 외부는 물론 내부 벽면에는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4개 언어로 된 안내문이 나란히 표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 투표소 관리 책임자인 데니스 오브라이언은 취재기자라고 밝히자 투표서 건물 내에서 유권자에게 질문하거나 사진 촬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150피트 밖에서 진행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투표 분위기를 묻자 "매우 활발하다(very active)"고 답했다. 또 "지금도 유권자가 많지만, 이른 아침에는 더 많이 다녀갔다"며 "퇴근 무렵이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잉글랜드 지역인 이곳은 원래 추워서 이 정도의 쌀쌀한 날씨가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보스턴 시내 3지구 1투표소가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엘더리 하우징’에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들어서고 있다. 벽면에는 영어와 스페인어, 한자어, 베트남어로 된 안내문이 부착됐다.

미국 보스턴 투표소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엘더리 하우징 빌딩 입구.
과거 중국에서 영어교사를 했다고 밝힌 맥스 가이스트(25)는 "힐러리와 버니 둘 다 좋아하지만, 정책 공약 차원에서 샌더스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고 본다"며 샌더스에게 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근처 주택가격은 매우 비싼 반면 노숙자가 많다. 미국의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다"며 "샌더스의 정부 개혁정책에 동의하며, 군사적 충돌에 대해 부정적이고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그의 의견에도 함께한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샌더스가 이길 확률은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클린턴 부부는 진실하지 않다. 힐러리는 남편보다 더 그렇다"며 역시 샌더스를 지지했다. 그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앞서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난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샌더스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는 한 백인 청년은 현 구도를 "매우 흥미롭다"고 표현하면서 "샌더스를 지지하지만 결국 클린턴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 베네트 스트리트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아담 캐스디글리오니(여)는 현 상황을 "격전"(tight race)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클린턴과 샌더스 모두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클린턴이 이길 수 있다고 보지만 불확실하다. 친구 중에 샌더스 의원 지지자도 많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주 공무원이라고 밝힌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클린턴을 찍었다. 국무장관을 역임하는 등 경험이 많다"고 밝혔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는 이도 적지 않았지만,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보스턴 시청 투표소에서 본인을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한 라피 애즈도리안은 "미국은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트럼프도 새로운 인물이지만 약간 미쳤다(a little crazy)고 생각한다"며 "혐오를 조장하고 편견을 갖고 있어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중년 백인 여성은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반대한다. 그는 미쳤다"고 했다.
한편, 지역 언론들은 하버드 법대 교수 출신으로 매사추세츠 주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렌(여)이 초경합 중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의원 중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가 관심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슈퍼화요일인 이날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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