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후보 경선 돌풍 샌더스 새터데이나잇 출연
▶ 타이태닉 침몰 소재로 래리 데이비드와 정치풍자
■타이태닉의 비극 지금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최근 정치풍자극의 대명사 격인 ‘새터데이나잇 라이브’에 유명 코미디언 겸 작가인 래리 데이비드와 공동으로 출연, 우스꽝스런 연기를 펼치면서 시청자들에게 가시 돋친 웃음을 선사했다.
소득 불평등이라는 까칠한 소재를 통렬한 익살로 감싸 전달한 버니와 래리의 풍자극은 타이태닉호의 비극에 대한 두 사람의 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가난한 이민자인 3등 선실 승객으로 분장한 샌더스 “1%가 특별대우를 받는 사회 풍조에 신물이 난다”며 “이제 부의 불평등, 소득의 불균형과 빈부차별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뻔뻔한 갑부로 분장한 래리 데이비드가 “돈 많은 집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조난 사고가 났을 당시 구명선에 한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실토한데 대한 ‘흙수저’의 받아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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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와 래리의 새터데이나잇 라이브 촌극을 지켜본 시청자라면 1912년 첫 항해도중 거대한 빙하를 들이받고 침몰한 초대형 호화 여객선 타이태닉호의 1등실과 3등칸 승객들 사이의 실제 소득불균형이 미국의 당면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부의 불평등만큼 심각했는지 슬며시 궁금해졌을 것이다.
이에 대한 데이비드의 견해는 “대단히, 지독히, 그리고 매우 심각했다”로 집약된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에서 사실적으로 묘사됐듯 영국의 사우샘프턴항을 떠나 뉴욕항으로 처녀항해에 나섰을 당시 타이태닉호에 비치된 구명보트는 2,208명에 달하는 승선자 전원을 태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구명선의 정원을 따져보면 승객의 52%가 겨우 탈 수 있는 정도였다.
1912년 4월 14일 밤 타이태닉호가 뉴펀들랜드 해역에서 부류빙산과 충돌한 후 침몰하기까지의 2시간 40분 사이에 구명선에 올라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난 승선자들의 출신배경을 살펴보면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금수저와 흙수저 사이에 확실한 차별대우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기록에 따르면 타이태닉호의 침몰로 수중고혼이 된 승객들의 수는 총 1,513명이었고 구명선에 자리를 확보해 목숨을 구한 승선자는 695명이었다.
이 695명의 생존자들을 객실등급별로 분류해 보면 1등실 승객들의 생존율이 월등히 높았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구명선에 올라타는 것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1등실 승객들의 생존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은 구명보트의 자리배정이 금수저들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1등실 승객들의 절대다수인 62%가 구명보트에 탔다. 반면 구명선에 자리를 잡은 2등과 3등 선실 승선자들은 각각 41%와 25%에 그쳤다.
“기억해야 할 밤”(A Night to Remember)라는 책을 통해 타이태닉의 비극을 고전적으로 서술한 작가 월터 로드는 널리 알려진 해상조난시 구조규칙인 ‘여성과 어린이 우선’의 원칙조차 차별적으로 적용됐다고 밝혔다.
1등실에 타고 있던 어린이는 단 한명이 사망한데 비해 3등실에 있던 79명의 아이들 중 무려 52명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소득을 기준으로 타이태닉 승선자들 중 상위 1%에 속한 부자들 모두가 그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지위를 악용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 세계적 갑부였던 존 제이콥 애스토 4세다.
당시 47세였던 그는 임신한 18세 ‘꽃띠’ 아내를 구명정에 태운 후 자신은 배와 함께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당대의 거부였다. 미국 최고의 갑부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스토의 재산은 1912년의 달러화 가치로 2억 달러에 달했다.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거의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1주일 후 애스토의 시신을 수습했을 때 그의 저고리와 바지 주머니에서 소금물에 젖은 지폐 뭉치와 영국화폐, 프랑스의 프랑화 외에 금과 은이 발견됐다.
현찰은 2015년 달러화 가치를 기준으로 거의 6만 달러가 들어있었다.
사가들은 아마도 그가 타이태닉호가 빙하와 충돌한 후 금고에 들어있던 현금과 귀금속 중 일부를 급하게 챙겨 주머니에 넣은 것으로 추측한다.
애스토는 아내를 구하고 자신의 구명정 자리를 타인에게 양보한 채 명예로운 죽음을 택했지만 그와 함께 타이태닉호에 타고 있던 상위 1% 그룹의 모든 멤버들이 그에 버금가는 모범적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영화 ‘타이태닉’에서도 잠깐 소개됐듯 가장 비열한 짓을 저지른 1등실 승객 명단의 가장 위쪽에 고든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있다.
스코틀랜드 출신 귀족인 코스모 고든 경과 패션 디자이너였던 그의 아내 더프 고든은 그들의 비서와 함께 일찌감치 구명정에 올라타 침몰하는 선체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지대로 내뺐다.
그들이 탄 구명정의 정원은 40명이었지만 실제 승선자 수는 고작 12명에 불과했다.
후일 고든 경은 선원을 매수해 구명정에 탔을 뿐 아니라 구명보트에 충분한 공간적 여유가 있었으면서도 불구하고 물에 빠진 생존자들을 구조하려 돌아오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고든 경 내외는 자들에게 씌워진 불명예스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언론은 그들이 타고 있던 구명정을 ‘머니 보트’로 표현하는 등 비열한 금수저들을 향해 노골적인 야유와 조롱을 퍼부었다.
그러나 ‘머니 보트’에 타고 있던 열두 명 중 한명이 내뱉은 말이 귀족작위를 가진 레이디 더프 고든의 입에서 나왔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총톤수 46,328톤. 길이 259.08m. 너비 28.19m. 깊이 19.66m인 거대한 타이태닉호가 1,500명이 넘는 어린이와 남녀를 태운 채 파도 아래로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던 당대의 유명 디자이너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의 비서에게 말했다.
“내 아름다운 야회복들이 수장되는구나.”
<
김영경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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