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 중심 아카데미 시상식
▶ 흑인 영화인 줄줄이 보이콧
해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아카데미가 오는 28일 시상식을 앞두고 또 다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여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공정성 시비가 가시지 않았던 아카데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백인 일색의 수상 후보자 명단을 공개해 흑인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비판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으로 인해 공정성 시비를 반복하면서도 유색 인종에는 유독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백합처럼 하얀 백인 일색 시상식오는 28일 헐리웃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OscarSoWhite' 해시태그 달기 캠페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영화계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들의 잔치가 되어야 할 아카데미 시상식이 “너무나 백인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백합처럼 하얀 오스카”라며 백인 일색의 아카데미를 비판하며 시상식 불참을 선언한 스파이크 리 감독을 비롯 흑인 영화인들이 줄줄이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이다. 남우주연상 후보로는 레오나도 디캐프리오( ‘레버넌트’), 마이클 패스벤더(‘스티브 잡스’), 맷 데이먼(‘마션’), 브라이언 크랜스턴(‘트럼보’), 에디 레드메인(‘대니쉬 걸’) 등 후보에 오른 배우 5명이 모두 백인이다.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의 이드리스 엘바, ‘크리드'의 마이클 B. 조던, ‘컨커션'의 윌 스미스, ‘헤이트풀 8'의 새뮤얼 잭슨 등 좋은 연기를 선보인 흑인 배우들이 후보자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배우뿐 아니라 흑인 감독들의 작품도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등 12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레버넌트’,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리들리 스캇 감독의 영화 ‘마션’5개 부문에 지명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 대부분이 백인 감독들의 작품.
흑인 영화인들 줄줄이 보이콧 선언흑인 배우와 감독들이 줄줄이 보이콧 선언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야말로 백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명 흑인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대신에 ‘납 수돗물' 확산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미시간주 플린트시의 자선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플린트시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흑인들이다.
영화 ‘셀마'를 연출한 여성 감독 에바 두버네이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대신 플린트 자선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두버네이 감독이 연출한 ‘셀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지난해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시상식에 매번 참석했던 가수 자넬 모네도 레드카펫 행사에 불참하며, 흑인 배우 윌·제이다 핀켓 스미스 부부와 스파이크 리 감독은 공공연히 ‘아카데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하지도, 시청하지도 않겠다"고 공언했다.
‘말콤X' ‘정글 피버' 등을 연출한 스파이크 리 감독도 해시태그 ‘오스카는 백인 중심적'(#OscarSoWhite) 논란을 언급하며, 아카데미상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또, 흑인차별 반대시위를 이끌어온 전국 행동네트웍(NAN)의 앨 샤프턴 목사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LA 할리웃에서 흑인차별 반대집회를 연다.
역대 수상자 2,900명 중 흑인은 32명 불과올해로 88회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흑인 배우는 4명에 불과하다.
할리웃에서 흑인 배우 장벽을 허문 것으로 평가받는 시드니 포에티어가 1964년에 ‘들백합'(1963)으로 처음 받았고,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2002년에 덴젤 워싱턴이 ‘트레이닝 데이'(2001)로 받았고, 이후 2005년 제이미 폭스(‘레이'), 2007년 포레스트 휘태커(‘라스트 킹')가 보이지 않은 차별의 벽을 뚫고 수상에 성공했다. 여우주연상은 2002년 할리 베리(‘몬스터볼')가 유일하다.
90년 가까이 이어오면 그간 주인을 가린 2,900여개의 오스카 트로피들 중 흑인에게 돌아간 트로피는 32개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카데미 회원 94%가 백인인종차별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오스카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회원 구성이 철저히 백인위주이기 때문이다.
투표의 공정성을 명문으로 아카데미 측이 회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2012년 LA타임스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200여명에 달하는 아카데미 회원 중 백인은 94%를 차지하고 있으며, 흑인 비율은 2%에 불과했다.
또, 남성 회원이 77%를 차지하고 있으며 회원 평균 연령은 62세로 조사됐다.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는 60대 이상의 백인 남성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지난 2004년 이후 새로 아카데미 회원이 된 신참들도 89%가 백인이었고, 74%가 남성인 것으로 조사돼 ‘백인 남성 중심’의 아카데미가 여전히 변화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카데미 측은 여성과 소수계 비율을 2020년까지 2배 이상으로 늘리고 남녀 주·조연상 후보자 수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비판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준비작업이 분주한 할리웃 돌비극장 앞에서 23일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시상식 관전 포인트
▶디카프리오, 남우주연상 받나.
관심의 초점인 남우주연상에 ‘레버넌트’의 레오나도 디캐프리오의 수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디캐프리오는 그동안 4번 후보에 올랐으나 모두 수상에 실패해 아카데미에서만 불운을 떨치지 못했다.
▶흑인 인사들이 시상식에 얼마나 불참할지, 참석하더라도 어떤 돌발발언을 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특히, 시상식 사회를 맡은 흑인 배우 크리스 락은 “내가 마음껏 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상식을 꼭 봐야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어떤 돌출발언이 나올지도 관심.
▶‘레버넌트’를 연출한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버드맨’에 이어 2년 연속 작품상을 받게 될 지도 주목된다.
■시상식 ABC 방송 생중계
‘제 88회 아카데미 어워드 시상식’이 오는 28일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은 오후 5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시상식에 앞서 레드카펫 행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돌비극장 앞에서 열린다. 이날 모든 일정이 ABC 방송(채널 7)을 통해 방영된다. ABC 방송은 오후 1시 30분부터 헐리웃 돌비극장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
김상목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