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엽 피질 활성화, 탐색·선택 감정 바빠져
▶ 냉담·무력·무관심 다양, “바꾸자” 변화 모색계기

지겨움이 사람들의 관계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다.
사람의 여러 감정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왔지만 ‘지루한’ 혹은 ‘지겨운’(bored) 감정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심리학자들이 최근 들어 지겨움이 사람들의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루함은 우리의 마음을 이리저리 방황하며 돌아다니게 만듦으로써 창조성을 자극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권태는 지금까지의 관계를 살펴보고 주의를 기울이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한다. 그럼으로 해서 두 사람 사이의 커넥션이 재점화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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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무관심하게 지겨울 수도 있지만 반응적으로 지겨워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지겨움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는 거의 전적으로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만 치중돼있었다.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담배를 더 많이 피우거나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마약을 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우울증에 빠지거나 비만해지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형태의 인간관계에서도 지겨움과 권태가 찾아오는데, 왔다가 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관계가 끝나게 됨을 알리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고 학자들을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어떤 심리학자들은 지겨운 뇌가 뭔가 좋은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지겹다고 느낄 때 우리 뇌의 전두엽 피질이 굉장히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전두엽 피질은 기억을 통합하고 감정을 진행하며 선택을 결정하는 기능을 관장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겨움을 경험할 때는 뇌의 두 부분이 상호 아주 긴밀하게 작용하느라 바쁜데 바로 문제해결을 실행하는 네트웍과 불이행 네트웍이 바빠짐으로써 창조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런데 그 지겨움이 누구에게나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지루함은 ‘감정의 미터’와도 같아서 조금 지겹기도 하고 많이 지겹기도 하다.
독일과 미국, 캐나다의 공동연구팀은 이 지겨움을 다섯가지의 다른 상태로 나누어 설명한다. 따분하고 지루할 때 자신의 마음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5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표 참조)이 다섯가지 유형의 지겨움은 심리학자이며 독일 콘스탄츠 대학의 교수인 토마스 괴츠 박사가 이끌어온 연구팀이 지난 10년간 분석해낸 것이다. 괴츠 박사는 “지겨움이란 뭔가 잘못됐으니 변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에서 지겨움이 찾아올 땐 어떻게 해야할까?첫째로 얼마나 지겨운지 그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무관심하게 지겨운가? 그렇다면 데이트 장소를 바꿔보거나 다른 식당을 가거나 다른 종류의 영화를 보면 좀 나아질지도 모른다.
반응적으로 지겨운가, 아니면 냉담하게 지겨운가? 그럴 경우엔 혼자든 둘이 함께든 상담을 받는 것이 좋겠다. 중요한 것은 그 관계에서 나오면 나을 것 같은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쉽지 않은 것은 2번과 3번의 지겨움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측정하거나 혹은 탐색하는 지겨움에 빠져있다면 뭘 탐색하는지 그것부터 알아야 한다.
뉴욕의 결혼과 가정 상담가 샤론 길크레스트 오닐은 고객들에게 언제 어디서 지겨워지는지 세심하게 파악하라고 추천한다. 주말에? 저녁시간 집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온 다음에? 배우자가 회사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을 때? 아니면 당신이 말하고 있는데 자기 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당신이 지겨운 삶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이런 문제에 대해 상대방과 부드럽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오닐 상담가는 절대로 “지겹다”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상대를 모욕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액티비티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지난 날 처음 만났던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함께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 커플들은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을 많이 안하고 신체적인 활동이 많은 액티비티일수록 엔돌핀의 흐름을 자극하므로 더 이상적이라고 베벌리힐스의 심리상담가 프란 월피시는 말한다. 더 좋은 것은 사람들은 흔히 엔돌핀이 높아지는 것을 상대방에 대한 육체적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터론토에 사는 비영리단체의 수석간부 리아 그리마니스(44)에게 이상적인 데이트는 집에서의 로맨틱 디너다. 그러나 파트너인 알렉산드라 시모는 나가서 파티하고 춤추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마니스가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마다 시모는 고립감을 느끼다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시모는 목소리를 높였고 다툼도 잦아졌다. 마침내 시모는 그리마니스를 앉혀놓고 나가지 못하면 정말 화나고 지겨워진다고 털어놓았고, 두사람은 브레인스톰 끝에 해결책을 찾아냈다. 둘은 나가서 친구들과 사적이고 분위기 있는 디너를 함께 한다. 그리고 시모는 때때로 나가서 춤추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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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자들이 본 ‘지겨움의 5가지 유형’
1. 무관심한 지겨움(Indifferent boredom): 지치고 피곤해서 별 생각이 없는 상태. 예를 들어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고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식사할 때를 생각해보자. 만남 자체는 좋지만 거기서 오가는 대화는 재미가 없어서 끼어들게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하고 있는 일에 아무 관심이 없는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관심거리를 찾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2. 측정하는 지겨움(Calibrating boredom): 1번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좀더 새로운 흥밋거리나 아이디어를 찾는데 마음이 열려있다. 뭔가를 좀 하고 싶은데 뭔지 잘 모르는 그런 상태. 친구들과 식당에서 만났다면 아마 당신은 메뉴판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메뉴가 뭐 없을까 찾아보거나 주변에 혹시 아는 사람이 없는지 둘러보기도 할 것이다. 좀 언짢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3. 탐색하는 지겨움(Searching boredom): 이건 좀 부정적인 상태다. 뭔가 불만족스럽고 불안정한 지루함으로, 지금과는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찾아보려고 부지런히 탐색한다. 누군가와 전화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지겨워서 화가 나기도 한다. 우리가 보통 “지겨워”라고 할 때의 바로 그 상태다.
4. 반응적 지겨움(Reactant boredom): 몹시 나쁜 상태다. 친구들과 저녁식사 자리에 갔는데 대단한 허풍쟁이 한 녀석이 끝도 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으며 떠들 때, 무지하게 화가 나는 그런 감정이다. 친구들과 다른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어졌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5. 냉담한 지겨움(Apathetic boredom): 무기력한 상태의 가장 나쁜 지루함이다. 경험을 통해 자신이 무력하며 속수무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희망을 갖고 있지 않기에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는 노력이나 동기조차 끌어내지 않는다. 이런 타입은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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