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잔 황 ‘꿈’
아주 멀리 비애의 발생지
눈물의 골짜기에서, 비루한 생애가 일어서고 있다
꽃들이 지고 저무는 가슴팍에서
관절을 세우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황혼
곧 날이 저물면 어둠 속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의자에 앉자 희미하게 드러나는
골목을 바라볼 것이다, 해진 구두에는
아직 읽지 않은 흙과 하잘 것 없는 기억들만
웅성거리고 외투에는 아직 내려놓지 못한 운명들이
굽은 등을 벽에 기대고 있다
잎사귀가 바람에 불리다 느리게 가라앉을 때
비루한 생애만이
우두커니 어두워가는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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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잘 것 없는 기억들을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는 저 황혼의 깊은 눈이 심상치가 않다. 그것은 눈물의 계곡, 먼 비애의 탄생지까지 거슬러 올라가 잉태의 순간을 죽음의 시간으로 바꾸어버린다. 그리하여 비애의 탄생은 꽃의 탄생이 되고 꽃의 탄생은 비애의 탄생이 된다. 시인의 비극적 렌즈에 클로즈업되는 존재의 우울. 절망의 기억들로 웅성거리며 꽃이, 황혼이, 그리고 한 생애가 함께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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