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전 장례비용 마련, 자식위하는 부모 마음이죠”
노인들 쌈짓돈으로 운영 . 매월 신규회원 40명씩 늘어
설립 19년 가입자 수 9,000명... 건전한 경조사문화 정착 자부심
은행원 경험살려 전산화작업 완료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부모의 마음이 태동시킨 뉴욕한인노인상조회, 보험이 아닌 노인들의 쌈짓돈이 모여 유가족들에게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바람직한 경조사 문화를 정착시킨 뉴욕한인노인상조회 김동식 회장을 만났다
▲부모의 자식 사랑
과거 어머니들은 밥 지을 때 쌀을 미리 한술씩 덜어내어 부뚜막 단지에 모았다가 적절한 시기에 남을 도왔다. 이 사랑과 정성의 십시일반 정신이 뉴욕에 실현되었다.
바로 뉴욕한인노인상조회의 창립정신이다.
지난 14일 찰스 랭글 연방하원의원은 이 날을 ‘뉴욕한인노인상조회의 날’로 선포하고 표창장을 수여했다. 이날 상조회를 방문한 랭글의원은 상조회의 네팔 이재민 돕기, 불우이웃을 위한 쌀나눔 행사, 거리 청소 등 일련의 봉사 활동을 높이 평가하고 김동식 회장과 허도행 사무총장 등 임직원 7명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지난 10월 20일에는 한국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한인노인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된 뉴욕한인노인상조회에 감사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우리는 순수하게 노인들이 쌈짓돈을 한 푼 두 푼 내어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생명보험이 없는 한인 노인들이 유고시 형편이 어려운 자녀들에게 장례비를 지원하기 위해 회원간에 상부상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한국의 곗날처럼 자기 돈을 자기가 내어 나중에 타가는 것이다. ”
김동식 뉴욕한인노인상조회 회장은 죽어서도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장례비용을 살아생전 스스로 마련해 유가족에게 남겨주는 부모의 자식 사랑을 말한다.
한인 노인들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자식에게 빚을 남겨놓을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정부로부터 나오는 연금이나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서 상조회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상조회에는 매월 신규회원 40여명이 가입 중이라고 한다.
“1996년 5월 1일 뉴욕주 비영리 자선단체로 설립됐다. (창설자 임형빈 제1대회장) 19년간 한인 9,000여명이 가입해 현재 6,500여명의 실존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사망시 가족에게 1만5,000달러가 지급된다. 회원들은 회원 1명 사망시 전 회원수로 나눈 금액인 2달러 40센트를 납부하면 된다”
상조회 가입연령은 55세~77세까지, 가입비 150달러, 년회비가 40달러다.
설립후 19년동안 총가입자 수 9,000여명 중 현재까지 1,734명의 유족에게 2,087만2,625달러 상조금이 지급됐다(2015년 9월 30일 현재). 가입후 1년 미만 사망시는 상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2년미만시에는 40%, 3년미만시에는 60%, 4년미만시에는 80%, 4년후에는 해당 상조금 전액을 지급한다.
▲은행에서 익힌 노하우로
김동식은 1942년 인천에서 출생하여 목포 공업고등학교와 조선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했다. 1969년 농협중앙회 무안지회에서 6년, 1984년 한국 주택은행에 입사하여 14년 6개월을 근무 했다.
그의 나이 43세에 미국에 왔는데 먼저 LA로 갔다. LA지역에서 30개 이상의 주유소를 지닌 동서가 은행을 만들겠다고 미국으로 부른 것, 1984년 7월 미국에 왔으나 은행은 고사하고 몇 개월간 열심히 주유소에서 개스만 주유했다.
그래서 그는 뉴욕 지인들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 것이 뉴욕에 살게 됐다.
“85년 호남향우회 사무총장을 했고 김대중 선생을 위해, 김경재 씨 등과 함께 독재 정권 타도 맨하탄 시위를 하는 등 민주화 운동을 했다. 87년 6월 항쟁이후 군사적 독재정치가 종식을 고해 민주화운동을 접은 다음 개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김동식은 85년 세계일보 광고국, 89년 뉴욕일보 사업국을 거쳐 브로드웨이에서 모자 장사를 시작했다. 33가 모자 공장에 미싱기를 들여놓고 15여명의 직원들과 일했는데 워낙 손재주가 많은 그는 디자인은 물론 직접 수도 놓았다. 이민 초창기 한인백화점 등에서 일하던 아내 김성자와 함께 모자공장을 15~16년간 운영했다.
미국에 올 때 한국에 두고 왔던 아이들도 90년대에 뉴욕에 왔고 큰아들은 프랫과 컬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건축설계사이고 둘째 아들은 뉴욕대와 컬럼비아대학원을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 다니고 있다. 잘 자란 아이들 밑에 손주가 셋이다.
2007년 호남향우회 회장을 하며 ‘회장직이 얼마나 힘든지’를 체득한 그가 뉴욕한인노인상조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 프라미스 교회를 함께 다니는 교인이 감사로 추천했다. 2012년 4월에 9대 회장에 당선됐다.
“상조회에 들어와 보니 재무구조가 잘못되어 있었다. 회계학을 전공하고 은행에서 일한 노하우로 재무구조부터 확실히 잡아야겠다 싶었다. 상조회의 입출입금 전표를 맞추고 1센트의 오차도 없이 장부를 정리, 대차대조표를 만들었다. 자금이 어떻게 조성되고 가입금과 특별관리기금(조화를 보내나 타 지역이나 타국인 경우 그대로 기금에 적립) 은 어떻게 운용되는 지 한눈에 알게 했다.”
12월 현재 뉴욕한인노인상조회는 현재 고정자산 92만달러, 유동자산 94만달러 총자산 186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25일 설립 12년만에 가입비로 조성된 기금으로 주 정부나 다른 단체의 도움 없이 융자금 없이 플러싱 지역에 2,089스퀘어 피트 총면적의 자체 사무실을 마련했다.
▲각종 복지 및 상담 서비스
뉴욕한인노인상조회는 각종 복지 및 법률상담 서비스 지원을 한다. 매월 둘째주 화요일은 무료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푸드스탬프, 노인아파트 신청등록 셋째주 화요일은 상속법, 유언 작성법, 여성 인권 및 가정폭력상담, 민법 상법 등 각종 법률상담, 넷째주 화요일은 시민권 신청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추석성묘 고국 방문 및 효도관광도 한다.
“여름이면 상조회 사무실 주변인 노던블러바드와 유니온 스트릿 거리 청소를 하는데 길 가던 사람들이 박수도 쳐주고 성원해 주었다. 올 10월에 처음 불우이웃 돕기 쌀나누기 행사를 실시하여 극빈자 가정과 독거노인, 퀸즈지역 한인단체들에 백미 1,500포대를 전달했는데 다들 기뻐했다. ”
김동식 회장은 지난 9월 18일 할렘 공사장에서 흑인 떼강도에게 폭행당한 한인 피해자 긴급구호자금 전달, 109경찰서 플러싱 추석 사과 선물, 11월 15일 맨하탄 할렘지역 저소득층 쌀 100포와 모자 40개 마틴 루터 킹 민주당 클럽 전달 등 불우이웃 돕기 나눔 행사에 적극 참여해오고 있다. 이는 매년 받는 IRS의 감사결과 모든 재정이 투명하나 ‘상조회 업무 외 사회 봉사활동을 할 것’을 주문받은 이유도 있다.
뉴욕한인노인상조회는 이사장 서상갑, 부이사장 전혜병, 최준홍, 17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고 허도행 사무총장과 사무직원 3명이 ‘회원에게 전화를 하고 편지를 부치며 상조금을 받고 기타 상담을 하는 등 실질적인 일을 하고 있다.
“봉사비를 조금 받는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돌아가시는 달이 유독 많은 달에 상조회비가 1~2달러만 올라도 왜 이번 달에 이렇게 많은 돈을 내느냐고 항의하는 분도 있다. 그 욕 다 먹으면서 상조금을 만들어 유족에게 전달할 때는 보람 있다.”
▲전산화 작업 완료
현재 상조회에는 시민권자 3,617명, 영주권자 1,211명으로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인들이 절대로 무시못할 유권자들이기도 하다. 미국 선거나 재외국민 선거 참여 적극 권유도 상조회의 일이다.
오는 12월말, 3년 임기를 마치고 내년 초부터 고문으로 봉사하는 그는 “회장으로 있으면서 전산화 작업이 완료됐다. 가입자 현황, 연령분포, 재정현황, 상조금 지급현황 등 모든 통계를 한 번에 뽑을 수 있다.”고 뿌듯해 한다.
상조회 운영방식을 놓고 몇 몇 회원들이 불만을 제기한 적도 있으나 언제라도 장부를 보며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봉사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내 주위를 깨끗하게 하고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 되는 것”이라 말한다. 김동식, 그는 은행원 출신답게 요즘도 매일 금전출납부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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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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