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구석에 먼지 쌓인 크리스마스트리 박스를 꺼냈다. 올해에도 예쁜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해 달라 부탁(?)하며 일년동안 쌓였던 슬픈 기억을 털어내듯 수북하게 쌓여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있는데 딸이 지나가며 한마디 한다. “엄마 이젠 좀 바꾸지 벌써 30년도 더 된 트리인데..” 한다.
생각해보니 아이들 태어나기도 전부터 있었으니 정말 오래되긴 되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매해 접었다, 폈다 반복한 탓에 내 머리 숱이 없어지는 만큼이나 앙상해지긴 했지만 가지마다 빨간 리본을 달고, 장식을 하다 보면 다시 멋진 모습으로 되살아나 우리 곁에 따스함을 안겨주었다.
딸에게 “엄마도 50년이 넘었는데 앙상한 트리에 예쁜 방울을 달듯 외출할 때 정성 들여 꾸미면 아직도 봐줄만하잖니. 외출 준비가 길어지지만 말이야”
이 오래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딸이 무슨 말로 대꾸를 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배시시 웃는다.
딸들보다 더 나이 먹은 낡은 플라스틱 크리스마스 트리지만, 더 크고 멋진 새것으로 바꿀 수 없음은 내 모든 소중한 추억이 고스란히 방울처럼 달려있기에 매해 더 정성 들여 새 단장을 하는 것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같이 방울을 달던 딸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추억을 되새기며 장식을 하고 있으면 호기심 많은 강아지들이 언제쯤 방울이 떨어질까를 기다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세월이 지나며 조금씩 앙상해진 가지를 감추기 위해 매해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올해엔 다 끝내고 나니 가지마다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트리가 힘겨워 보인다. 내 욕심이 너무 컸는지 이젠, 트리에게도 조금씩 비워줘야 할 것 같다. 모습은 덜 예쁘겠지만, 그 안에 매달린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이고 있고 무거울 테니까…
낡은 크리스마스트리 덕분에 한 해를 다시 돌아보며, 가벼워진 마음으로 언젠간 또 추억 속에 묻힐 삶의 여행을 떠나려 한다.
<고영희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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