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폐 의혹’ 시장 주민소환 위기…언론 ”오바마가 측근인 시장 비호”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라쿠안 맥도널드의 종조부 마빈 헌터 목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백악관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EPA)
시카고 시경 소속 백인 경관으로부터 16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흑인 10대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17)의 유가족이 사건 현장 동영상이 공개된 지 보름 만에 처음 입을 열었다.
맥도널드의 종조부인 마빈 헌터 목사는 11일 시카고 그레이스 메모리얼 침례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기폭력과 도시빈곤, 인종차별, 경찰의 공권력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이 개입한 정상회담(White House Summit)을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맥도널드가 태어나 자란 시카고 남부의 흑인 빈민가 론데일에서 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대표를 참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헌터 목사는 이어 (시카고를 관할하는) 일리노이 주 쿡카운티 검찰이 맥도널드를 총격 살해한 제이슨 반 다이크 경관을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하기까지 만 13개월이 소요된 사실을 지적하며 "람 이매뉴얼 시장은 물론 도덕적 존립 기반과 신뢰를 상실한 아니타 알바레즈 검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카고 시민들이 항의 시위에 나선 것은 맥도널드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색인종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법 시스템에 의해 학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맥도널드는 작년 10월 시카고 남부 트럭터미널에서 소형칼을 이용해 차량 절도를 시도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러 경찰 중 한 명인 제이슨 반 다이크로부터 무려 16차례 총을 맞고 숨졌다.
이 사건은 시카고 시가 경찰 순찰차 블랙박스에 담긴 총격 현장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맥도널드의 어머니에게 보상금 50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묻혀버리는 듯했다가 지역 독립 언론인의 제소로 법원이 동영상 공개를 명령하면서 극적 반전을 맞았다.
검찰은 시카고 시 당국의 동영상 공개를 불과 수시간 앞두고 반 다이크 경관을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이매뉴얼 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게리 맥카티 경찰청장을 전격 경질했다.
그러나 이매뉴얼 시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검·경의 도움을 받아 동영상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은 이매뉴얼 시장과 알바레즈 검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카고지역 의대생 100여 명이 시청 앞에서 경찰의 용의자 집중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 연방 법무부는 지난 7일, 시카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 및 인종차별 관행, 경찰 감독 시스템 등에 관한 총체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매뉴얼 시장은 지난 9일 시의회 연설을 통해 주민들의 불만과 불신을 인정하고 눈물로 사과했으나 민심을 달래지 못했고 주민소환 위기에까지 몰렸다.
한편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의 유명 컬럼니스트 존 카스는 이날,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 이매뉴얼 시장을 비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플로리다 주 트레이본 마틴(2012)과 미주리 주 퍼거슨의 마이클 브라운(2014) 사건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오바마가 정작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시카고를 뒤흔드는 사태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며 시카고가 고향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포함한 민주당도 시카고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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