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칼립"(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사헤르씨는 신문에 난 도널드 트럼프의 사진을 집게손가락으로 튕기며 이렇게 내뱉었다.
그가 읽던 10일자(현지시간) 사우디가제트 신문의 기사 제목은 '트럼프가 (해리포터의 악역) 볼드모트보다 더 나쁘다'였다.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기자의 질문에 다른 사람이 욕설을 들을까봐 소리를 낮추긴 했지만 그의 목소리엔 짜증과 분노가 짙게 깔렸다.
리야드에서 산다는 50대 중반의 사헤르 씨는 "다에시(IS의 아랍어식 표기)의 두목 알바그다디와 트럼프가 무엇이 다르냐"며 "극단주의자들은 결국 서로 통한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논평을 되도록 피하는 사우디 현지 언론의 특성상 트럼프의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에 대한 보도는 외신을 인용하는 수준으로 객관적인 편이다.
하지만 이슬람의 종주국이자 무슬림의 본산인 사우디 현지에서 느낀 저변의 이번 발언에 대한 적대감은 짐작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사헤르 씨의 옆자리에 있던 아흐메드 씨도 거들었다.
아흐메드 씨는 "다에시의 알바그다디가 아랍의 반미 감정을 악용하듯이 트럼프도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에 대한 공포·반감)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한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의 증오를 일으키는 것은 매우 저질스러운 선동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주변 사람들도 모두 트럼프의 말에 황당해하는 분위기"라며 "테러를 하는 극단주의자들은 이슬람과 상관없는 데 트럼프가 이를 교묘히 선거에 써먹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기자가 "트럼프의 지지율에 변화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대답하자 "미국 유권자의 이성을 믿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면서도 "그가 미국 대통령의 유력한 후보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마침 이날 걸프지역 수니파 6개국의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선 "전반적으로 난민, 특히 무슬림에 대한 인종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인 언급이 증가하는 점을 규탄한다"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트럼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동 안팎의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문제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GCC 정상들도 IS나 시리아·예멘 내전에 대한 공동 대응보다는 아랍권과 무슬림에 대한 인종주의적 공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셈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