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무슬림들 트럼프 성토…’트럼프 대세론’에 타격줄지 초미 관심
▶ 네오콘의 대부 체니까지 비판에 동참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모든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같은 당 경선 경쟁자들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데 이어, 공화당 지도부와 심지어 유엔까지 나서 트럼프의 발언을 공개로 문제 삼고 나섰다.
먼저 멕시코계 이민자 성폭행범 비유 등 트럼프의 각종 논란성 막말에도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당 지도부가 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막말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제동을 걸었다.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 등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의원모임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와 미국 태생 또는 귀화 여부에 관계없이 시민권의 적법한 절차를 보장하는 제14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무슬림 입국금지)은 우리가 추구하는 게 아니다. 당으로서도 그렇고 국가로서도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라이언 의장이 직접 나선 것은 트럼프의 발언이 당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면서 자칫 대선 본선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도 전날 보수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휴 휴잇' 인터뷰에서 "'더 이상 무슬림을 받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생각은 우리가 추구하고 믿는 모든 것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선 유세 중 나온 (트럼프의) 발언이 가장 취약하고 전쟁의 희생자인 난민들의 미국 재정착 프로그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은 종교와 관계없이 가장 절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P 통신은 이날 트럼프에 대한 전 세계 무슬림들의 격한 반응을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디대학의 컴퓨터 공학 교수인 아지자 유세프는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일갈하면서 "트럼프는 그 자신만을 대변하는 것이지 절대 미국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집트 카이로에 거주하는 아무르 알리(30·약사)는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그 발상 자체만으로도 모욕적"이라면서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이 사람들을 죽였다고 해서 모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는 논리라면 과거 식민지 시절 유럽인들이 사람들을 죽인 만큼 그들의 입국도 금지해야 하다"고 꼬집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아심 살만(47)은 "1년 전 미국을 두 번 방문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 스스로 항상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고 민주주의와 정의의 최고봉이라고 말해왔다"면서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벌주고 그에게 반대 투표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멜리사 플레밍 유엔난민기구 대변인(PHOTO: KARLHEINZ SCHINDLER)
트럼프는 전날 성명에서 "미국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지하드(이슬람 성전) 신봉자들의 참혹한 공격의 희생자가 될 수 없다"면서 미국 의회가 테러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그간의 무슬림 데이터베이스(DB)화, 모스크(이슬람 사원) 폐쇄 발언을 몇 배 능가하는 가장 극단적 발언이다.
정치권에선 트럼프의 이번 발언의 그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가 그동안 숱하게 인종차별적인 막말을 쏟아내 왔음에도 그의 지지율이 하락하기는커녕 계속 상승해 온 만큼 앞으로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번에는 발언의 수준이 도를 한참 넘은데다가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유엔까지 나서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상반된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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