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녘 창밖엔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입속으로 “마져, 마져” 하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그런 철자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좋다. 다들 연말이 되면 한 번 정도는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이때 화제는 다양하다. 요즘 세상에 일어나는 정치, 국제, 사회문제 취미 등.
우리 모임은 몇 년 전에 은퇴자들이 모인 ‘노짱 모임’이다. 사회에서 주로 아래 사람들에게 일을 시킨 이들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계급장을 떼고 순수하게 길동무가 되자고 하여 각자의 여기서 부르는 이름은 순수한 자연을 이름으로 하고 있다.
나는 오대산이다. 군대에서 편지 쓸 때 암호 이름이다(전방 비무장 지대에서 근무할 때). 그래서 지금 까지 별명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원래 취지와 달리 모임에서 원래의 직업 근성이 나와 화제가 정치로 이끌어지고 있고 이때부터 소위 말하는 그룹, 좌우가 갈린다.
내가 우스개 소리로 “우동을 좋아하면 우파고 짜장을 좋아하면 좌파”라고 농담을 하여 분위기를 바꾸려 하지만 … 씁쓸한 분위기가 된다
그때 누군가 손주 얘기를 꺼냈다. 자기 손자는 부모가 영어권으로 주로 영어를 쓴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 사람이 “귀엽고 예쁘다” 하면 한국말로 “마져 마져” 한단다. 한바탕 웃음이 돌며 분위기가 반전 되었다. 우리 모임엔 되도록 손주 얘기를 삼가 하려고 하고 있다. 손주가 없는 분을 배려해서다. 대부분 손주가 자기 자식 보다 더 귀엽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자식은 책임을 져야하기에 사랑스런 마음이 책임 속에 묻혀 버리기에 그런것 같다.
요즘은 카톡에 유행하는 유머를 모임에서 이용하지만 이것 또한 그렇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나 자신이 자주 사용하지만 하고 나면 조금은 씁쓸하다. 어느 성숙된 모임엔 연말에 모임에 대화하려고 좋은 책을 읽고 있다고 하여 마음이 숙연해진 적이 있다.
어찌되었던 좋던 싫던 연말에는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이번에는 헤어진 후 잔잔한 여운이 남는 시나 한수 외워 볼까. 아님 “마져 마져”로 대처해 볼까.
<박성한 프레드릭스버그,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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