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늑장 기소·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불만도 적지 않아

10대 흑인 청년을 무참히 살해해 1급 살인죄로 기소된 밴 다이크 전 경관(AP)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에서 총 16발을 발사해 흑인 청년을 무참히 살해한 백인 경관이 사건 발생 13개월 만에 1급 살인죄로 기소됐다.
24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 검찰은 지난해 10월 20일 흑인 청년 라쿠안 맥도널드(17)를 살해한 백인 경관 제이슨 반 다이크를 1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날은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게 불기소 결정을 내려 미국 사회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지 딱 1년이 된 날이다.
해고된 전 경관 다이크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최근 법원의 명령에 따라 당시 현장 동영상 공개를 하루 앞두고 전격으로 이뤄졌다. 시카고 경찰은 동영상이 공개되면 더 큰 소요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던 터였다.
반 다이크는 당시 칼을 들고 경찰차 타이어를 긁던 맥도널드에게 발포했다. 맥도널드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나서도 줄기차게 총알을 퍼부어 과잉 논란을 자초했다.
애니타 알바레스 검사는 "다이크가 불필요할 정도로 공권력을 남용했고 부적절하게 행동했다"고 기소장에서 밝혔다.
유죄 평결을 받으면 다이크는 징역 20년형 이상 또는 최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지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반 다이크는 시카고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1급 살인죄로 기소된 경찰관이다.
백인 경관이 공권력을 잘못 사용한 탓에 비무장 흑인이 잇달아 목숨을 잃는 사건이 터지면서 당시 시카고에서도 맥도널드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항의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졌다.
시민의 분노에 놀란 시카고 시의회는 수사가 한창이던 올해 4월, 500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맥도널드의 유가족과 합의했다.
반 다이크의 처벌을 바라던 인권 단체와 시민은 검찰의 기소 결정을 반기면서도 늑장 기소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가톨릭 사제인 마이클 플레거는 "검찰의 기소 결정을 환영하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면서 "뒤늦은 기소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맥도널드의 이웃인 마빈 루이스도 "너무 오래 걸렸다"면서 이번 기소로 미국 경찰이 흑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던 일이 줄어들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재선에 성공한 람 이매뉴얼 시장의 정치적인 행보 탓에 기소가 늦춰졌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이매뉴얼 시장이 맥도널드 사태를 무마해 재선에 성공하고자 선거 운동 와중에 서둘러 그의 유가족과 합의했다는 것이다. 합의한 바람에 유가족은 제대로 된 소송을 할 기회도 놓쳤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 전에 유가족과 합의한 이매뉴얼 시장의 저의가 순수하지 못하기에 사건 동영상을 보고 분노했다던 이매뉴얼 시장의 발언도 불순하다는 여론이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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