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했다 실패한 교토의정서 교훈 각국이 목표치 정하는 방안 추진 선진·개도국 대표격 美·中도 참여
▶ 18년 만에 새 기후체제 내놓나 기온 상승 억제하기엔 아슬아슬 한국, 선진국 그룹 적용 부담 늘 듯151114

미국 지질조사국은 지난해 미국 알래스카주 북쪽 연안의 북극곰 주요 서식지의 북극곰 개체 수가 2004년 1,500마리에서 2010년 900마리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먹잇감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제공>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 30일 개막
전 세계가 동참하는 온실개스 감축 합의가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하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엔의 국제환경협약인‘교토의정서’ 만료시점(2020년)이 다가오면서 이른바‘교토의정서 체제’ 이후‘신 기후변화 체제’의 윤곽이 이 회의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자율감축 골자 ‘파리의정서’ 채택 가능성 높아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 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비록 선진국 중심이기는 했지만 국가별 온실개스 감축 목표와 시기를 최초로 설정한 국제환경협약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37개 선진국에 온실개스 총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의무적으로 평균 5.2% 감축하도록 한 이 의정서는 의도는 좋았지만 전 세계 2위 온실개스 배출국인 미국(2001년), 9위인 캐나다(2011년)가 탈퇴하고, 2012년에는 일본, 뉴질랜드 등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각국에 온실개스 감축 의무를 강제한 것”이 실패 원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개발도상국도 온실개스 감축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2010년대 들어 ‘이행 가능한’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도입하자는 국제적 논의가 시작됐다. ‘전 세계가 참여하는 자율감축 체제를 도입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COP17)에서는 2020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신 기후변화 체제를 적용하기로 했고,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 총회(COP19)에서는 각국이 2년 뒤에 자발적 온실개스 감축 목표(INDC)를 제출하기로 했다. 11월 현재까지 전 세계 온실개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157개국(선진국 43개국ㆍ개도국 114개국)이 유엔에 자발적 온실개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면서 협상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다.
이번 파리 총회는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 기후변화 체제’의 큰 그림이 그려질 회의로 전망된다. 특히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1.99%(2012년 기준)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회의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과 중국은 2013년 각각 온실개스 배출 감축을 골자로 한 ‘기후행동계획’과 ‘국가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대표하는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어 파리 회의에서 새로운 의정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 추가 감축 위한 논의 뒤따라야
‘파리의정서’가 채택된다면 ‘교토의정서’ 이후 18년 만에 국제적 온실개스 감축협약이 맺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를 감안하면 한계도 분명하다. 현재까지 각 국이 제출한 감축 목표를 더해도 지구온난화 방지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INDC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이 약속한 온실개스 감축계획을 모두 이행해도 2030년 전(全)지구 온실개스 누적 배출량은 7,482억톤에 달한다. 이는 2009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추산한 온실개스 허용 배출량(1조톤)의 75%에 달한다.
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2도 상승할 경우 ▲10억~20억명 물 부족 ▲생물종 가운데 20~30% 멸종 ▲3,000만여명 홍수위험 노출 ▲여름철 폭염으로 수십만명 조기 사망 ▲그린랜드 빙하, 안데스 산맥 만년설 소멸 등을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리의정서’가 용두사미가 된 ‘교토의정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추가 감축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운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 연구본부 기후변화 연구실장은 “INDC 이행 때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7도(미이행 때 4~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신 기후변화 체제 출범 이후 추가 온실개스 감축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지구적 차원의 책임을 공감하고 나누는 첫 논의가 시작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규제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자발적 감축이라는 미명 하에 각 국가가 개별 이익을 고수하다가는 공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는“첫 술에 배부르기는 어렵다”며 “현재 각 국은 5년마다 INDC를 검토해 감축 목표를 재조정하고, 다음 감축 목표는 이전의 것보다 더 온실개스 감축폭이 커야 한다는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 한국, 자발적 감축 전략 유리
각 국이 제출한 INDC의 법적 구속력 여부와 선진국과 개도국이 매번 갈등하는‘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행’의 국가별 적용 방법도 이번 회의의 주요 쟁점이다. EU과 투발루, 미크로네시아 등 군소도서국연합(AOSIS)은 ‘교토의정서’처럼 INDC 자체에 국제법적 구속력을 부여해 각 국이 반드시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 미국, 중국 등은 국제적인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되, 국내법을 통해 INDC 이행을 독려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1992년 기후변화협약 국가분류에서 개도국으로 구분됐던 한국, 싱가포르 등을 선진국으로 재구분하고, 선진국에 더 많은 감축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개도국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한국으로서는 부담이다.
이에 대해 선진국은 각 나라의 여건에 따라 자발적으로 온실개스를 감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가 분류를 다시 하면 경제규모, 온실개스 배출량을 고려할 때 한국은 선진국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럴 경우 온실개스 감축ㆍ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 의무 모두를 지게 될 수 있어 한국 입장에서는 자발적인 감축이행으로 결정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재철 대사는 “국제적으로 INDC 감축의무를 지울 경우 각국은 앞으로 최선의 온실개스 감축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달성 가능한 적당한 수준의 목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신 기후변화 체제 운영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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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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