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성 ‘라이브’
일 년 중 가장 빛나는 계절,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은결실을 맺었습니다 ; 둥근 사과, 갸름한 자두, 아래쪽이 실한배, 껍질을 벗어던진 검은 호두와 히커리, 그리고살이 오른 우드척. 상자속의 크레용처럼 색색으로 빛나던꽃들은 씨앗을 맺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햇살 속에깃털처럼 풀밭은 빛납니다. 이제 정원용 의자와 풍경을거두어들이고 바람맞이 커튼을 내리며 움츠릴 시간입니다.
여름의 열매는 시럽 속에 보관 될 것이겠지요. 하지만아무것도 시간을 멈추지는 못합니다. 밀랍이나 호박 속에 시간을가둘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비단 밧줄처럼 우리의 손을빠져나갑니다. 밤이면, 달의 탐조등이 쉼 없이하늘을 가로질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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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모순의 계절이다. 꽃잎 지는 소리라도 들려올 듯, 가을의 내부는 고요하고도 소란하다. 무엇을 찾는지, 탐조등처럼 밝은 달은 검은 하늘을 가로질러 흐르고, 긴 겨울잠을 위해 들짐승들은 스스로를 살찌운다. 이제 겨울이 올것이다. 아무도 시간을 막아서지 못한다. 밖으로 향한 사념을 불러들여 내면을 다독일 시간이 왔다. 상실과 더불어성숙을 꿈꾸는 가을은 이중의 계절이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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