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도, 포스터 홈서도 거부당한 17세 ‘문제아’
▶ 사랑하고, 사랑받을 아무도 없는 황폐한 삶
소년원에서 철없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다가올 앞날을 걱정하는 제시 오펠라(17).
제시 오펠라는 소년원인 ‘센트럴 주버나일 홀’의 비좁은 음악실 플래스틱 의자에 구부린 채 앉아 있었다. 에어컨도 없이 오래된 CD 붐박스, 키보드, 한물 간 베스트셀러들이 꽂힌 책꽂이 등이 빽빽이 들어 찬 곳이다. 다부진 체구의 17세 소년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난 모든 걸 망쳐 버렸어요, 기회도 많았었는데 내가 다 망친 거예요”라고 보호관찰관에게 울며 말하는 그의 얼굴엔 후회의 빛이 가득했다. 얼마 전만해도 제시는 보호관찰 담당처가 운영하는 포스터케어 시설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과 달리 자신은 ‘운 좋은 아이’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보호아동들 중 가장 문제아들에겐 위법을 할 경우, 가정집에 입양되거나 포스터홈에 맡겨지는 기회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진다. 제시의 기회는 더 적어 보였다.
12살 때 제시는 문을 부수고 자신이 유아였을 때 입양해 준 중년 여성을 죽이려 했었다. 청소년 때 심각한 심리적, 행동적 증상으로 요양 시설로 보내졌던 그는 후에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자신을 제압하려는 경찰을 때려 폭행혐의로 소년원에 보내졌던 13세부터 그의 삶은 LA카운티 보호관찰시스템에 속해졌다.
“그 때 난 ‘제기랄, 난 살아야할 이유도 없으니까, 될 대로 되라지’라고 외쳤지요. 평생 감옥에서 사는 게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15세 때 정신질환 소년범 보호관찰 시설인 도로시 커비 센터에 수용된 제시는 그곳에서 자원봉사 목사인 드웨인 밀러를 만났다. 그 자신 성인이 된 입양 아들이 있는 밀러는 가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원생들을 자기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어느 날 제시가 밀러에게 자신을 입양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가능하지”라는 밀러의 대답에 제시의 목이 메었다.
“드디어 나도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너무 좋았습니다. 실현되기를 기대했지요”제시는 소셜워커가 아닌 보호관찰관의 감시를 받는 소수의 위탁보호 아동 중 하나다. 이 아이들은 버림받았거나 학대받았거나 범죄를 저질렀거나 등의 이유로 LA카운티 보호관찰국에 오게 된 것이다. 대부분은 18세가 될 때까지 그룹홈과 소년원 수감을 반복한다.
포스터홈에 보내지는 경우는 극히 소수다. 입양은 더욱 드물다. 이런 아이들 중 입양된 경우는 전체 캘리포니아에서 7명에 불과하다. 문제 있는 아이들의 재활과 치료엔 무엇보다 가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보호관찰국은 이들에게 보다 영구적인 가정을 찾아주려 노력하지만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약중독자 엄마에게서 태어난 제시는 2살 아기 때 랭캐스터에 있는 포스터 홈에 보내졌다. 친 자식들이 다 성인이 된 포스터 엄마는 제시의 다른 곳 입양이 몇 차례 어긋나자 자신이 제시를 입양했다. 그러나 새 가족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제시가 10대가 되면서 제시는 어른들이 자신을 위험한 존재로 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난 ‘그저 도움을 구하는 방황하는 아이’였다”고 제시는 말한다.
제시는 양어머니가 생일파티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기본적 유년시절의 추억도 빼앗고 자신을 학대했다고 말하고 양어머니인 필리핀계 멜로디나 오펠라(68)는 제시를 정상적인 가정 속에서 키우려 했으나 제시에겐 분노 문제가 심각했고 사는 동안 늘 그의 분노폭발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제 7개월만 지나면 제시는 18세 성인이 된다. 그러나 제시가 돌아오고 싶다고 해도 양어머니는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녀 자신과 어린 손주들의 안전이 걱정되어서다. 그러나 상실감은 느낀다고 했다. “제시가 보고 싶습니다. 난 아직도 그 애를 위해 웁니다”10년 전 카운티 보호관찰국은 제시 같은 ‘문제아’를 위해 보다 영구적인 가정 찾아주기를 추진했었다. 처음엔 보호관찰관들이 “범죄자를 입양하세요(Adopt a criminal)”라는 범퍼스티커를 만들자고 농담을 할 정도로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면서 청소년 사법제도가 문제 청소년들의 재활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바뀌면서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호관찰 포스터 아동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포스터 아동들과 똑같은 케어가 필요하다는 깨닫게 된 것이다.
7월31일 현재 보호관찰 포스터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808명이다. 범죄전과가 있는 이 아이들 중 756명은 그룹홈에 거주하고 51명은 가족이나 친지와 함께 산다. 단 1명만이 포스터 홈에 살고 있다.
밀러 목사가 자신을 입양할 수 있다고 말해준 후 제시와 그는 아주 가까워졌다. 밀러의 표현대로 신뢰의 관계가 “꽃이 만개하듯” 활짝 피어났다. 제시는 밀러를 ‘아빠(Dad)’라고 불렀고 제시의 16세 생일엔 센터에서 파티도 열었다. 밀러의 제시 입양을 위한 검증절차가 시작되었고 제시는 밀러의 가족들과 함께 추수감사절도 지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제시가 도로시 커비 센터를 떠나 알타디나에 있는 그룹홈으로 옮겨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곳 학교에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제시의 관심사가 바뀐 것이다. 제시의 삶이 온통 여자친구에게 빠져있는 사이, 밀러의 성인 아들이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입양 후 제시가 쓰려던 방에 다른 주인이 생긴 것이다.
보호관찰관은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6월 법원 청문회에서 판사는 제시에게 알타디나 그룹홈 체류를 결정했다. 그리고 한 주가 못 되어 제시는 여자친구와 도망쳤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경찰에 발견되어 센트럴 소년원으로 돌려보내진 제시는 우울증에 빠졌다. 다른 아이들의 가족이 찾아오기도 하고 편지를 받기도 하는 것을 보며 “내겐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이 주는 그의 상처는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앞으로 밀러의 운명은 그가 18세가 되었을 때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가 그룹홈이나 포스터케어로 옮겨져 있으면 21세가 될 때까지 돈과 지원을 받게 되는 포스터 대상 청소년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소년원에서 18세 생일을 맞게 되면 그 같은 혜택은 발을 수 없게 된다.
제시는 이번에는 정말 새 삶을 살 준비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경찰관이나 보호관찰관이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도 이야기 한다.
“지나간 내 삶은 너무 낭비되었지만 앞으로 5년 후엔 ‘훨씬 좋아져서 기쁘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17세 짧은 생에 비해 몇 번의 전과 등 너무 무거운 짐을 진 그는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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