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50대 김모씨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 외교부가 해외에서 대형 재난 사고가 나면 그곳 한인들을 위해서 전세기를 띄운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외국 땅에서 어렵게 사는 재외국민들에게도 뭔가 해주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그는 이른바 불법체류자였다. 체류신분 때문에 운전면허증이 없는 김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하면서도 경찰을 볼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올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불체자들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제도(AB60)가 시행되면서 이런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던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AB 60이 시행 10개월째로 접어들지만 여전히 한인 서류 미비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셜 번호가 없어 신분증명이 불가능한 김씨와 같은 한인 불체자들은 한국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초기 신분증명이 어려워 2차 심사로 넘어간 한인들 대다수는 여전히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고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기대를 모았던 영사관 ID가 또 다시 제외돼 한인 서류미비자들은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남가주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서류미비자들은 어림잡아 5만여명. 운전면허증 취득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이들에게 지난 10개월은 안타까움, 실망 그리고 끔찍한 악몽의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멕시코, 에콰도르,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남미 국가의 영사관 ID는 신분증명용 아이디로 인정받은 데 반해, 이들 국가보다 삶의 수준과 국가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대한민국의 LA 총영사관이 발급하는 ID는 신분증명용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에 대해 외교부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한인들이 많다.
LA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은 흔한 립 서비스로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한 명 한 명은 모두 국가의 자산이고 소중하다는 말을 하지만 정작 5만여명 불체자들의 절규에는 지난 10개월 간 아무런 응답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영사관 ID 변경 사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예산집행과 여러 단계의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정부가 영사관 ID에 필요한 바코드 삽입예산 50만달러를 집행하기만을 기다리는 5만명에게 하루는 일년 같고 한 달은 10년처럼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 정부가 말보다 행동으로 재외국민들의 권익을 대변해 5만여명의 간절한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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