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실 ‘나의 숲’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 민병란(1935 - 2015) ‘땅의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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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타계한 민족시인 민병란 시인의 시를 읽는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그 많은 대화와 논쟁 뒤에 그는 누구를 저리 그리워했던 것일까.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어지던 이는 누구였을까. 친구도 애인도 이념도 종교도 아닌, 그의 마지막 연인은 대체 누구였을까. 그것은 혹시 귀향에의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낮아져 지극히 평화로운 땅, 영원한 본향을 향한 깊고 깊은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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