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스쿨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자폐학생 이헌준 군의 소식은 많은 한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사건을 취재하면서 계속 든 생각은 어른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확인했더라면 19세의 건장한 학생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다.
사건이 발생한 위티어 경찰국과 교육구, 그리고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사건의 앞뒤는 이렇다. 이 군은 사고 당일아침 여느 때처럼 학교에 가기 위해 스쿨버스를 탔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와야 할 오후 4시가 되어서도 이 군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그의 어머니는 걱정이 되어 곧바로 학교에 연락을 취했고, 이 군은 20분 뒤 위티어 교육구 시에라 에듀케이션 센터 주차장에 있던 스쿨버스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이 군이 평소 건강상 문제가 없었던 만큼, 폭염 속 스쿨버스 안에 장시간 방치되었던 것을 사망 원인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부검결과가 나오면 이군의 사인이 확실해지겠지만, 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이 군은 폭염 속에서 하루 종일 버스 안에 갇혀 있다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자폐로 인해 스스로 위기에서 빠져나올 능력이 없는 이 군이 어른들의 부주의 때문에 비극적 상황에 처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 군의 어머니는 “헌준이는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날 아이가 출석하지 않았으면 학교 측은 당연히 바로 집에 연락을 했어야 하는 데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군의 누나는 “체격이 굉장히 큰 편인 장애 학생이 스쿨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는데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만약 그날 버스기사가 학생들이 내린 후 버스 안을 단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또한 1대1 교육이 이뤄지는 특수학교에서 결석한 적 없는 학생이 등교하지 않았을 때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담당 교사가 학부모에게 바로 연락했더라면 이 군이 죽음에 이르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학생을 태운 스쿨버스, 장애학생을 맡은 학교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다시 한번 살펴봤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작은 관심이 생과 사를 가르는 큰 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고로 절실하게 확인했다. 장애아동들은 보다 세심한 보살핌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들에 대한 관심이 충분한 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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