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본보는 이민 100주년을 앞두고 북미 대륙 한인 이민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대하 기획시리즈를 펼치면서 알래스카를 찾았었다. 이로부터 14년 후인 지난 7월23부터 8월1일, 이번에는 광복 70돌을 기념해 당시와 똑같은 길을 밟아 알래스카 한인들을 다시 만났다. 알래스카 이민 1세대, LA와 뉴욕 등지의 한인타운에서 날아온 새내기 이민자,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조상들의 삶과 문화를 계승하는 원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알래스카는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이다.
본보가 14년 만에 다시 찾은 알래스카 한인사회는 ‘안정과 도약, 향수와 정착, 후회와 도전’이란 감정을 전해줬다. 20~30년 이상 현지에 뿌리내린 한인들은 세대 전승을 갈망했고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이들은 자녀의 행복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다. 알래스카 사람들이 본토를 지칭하는 ‘아랫동네’(Lower 48 - 아래쪽 본토 48개주를 의미)에서 최근 날아온 한인들은 이곳을 안식처 겸 피난처로 삼아 새 삶을 바라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 최북단, 혹한의 추위로 유명한 배로우에 사는 한인들은 말 그대로 지구 끝까지 찾아간 이들이었다. 배로우와 페어뱅스, 앵커리지 등 알래스카를 제2 고향으로 여기며 사는 한인들은 여유와 웃음을 보였다. 20~30년 동안 겪은 고생담보다 현재가 즐겁기 때문이다.
반면 LA와 뉴욕 등 내륙 48개주에서 올라온 일부 한인들은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듯 말을 아꼈다. 배로우 등 알래스카 현지에 혼자 발을 디딘 한인들은 가능하면 지금 사는 곳에서 열심히 해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루 평균 12시간 노동,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외로움, 거센 추위와 유흥시설이 마땅치 않은 환경을 견디지 못 하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한인들은 알래스카 73개 소도시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2010년 연방 센서스는 소도시별 한인 인구비율을 0.2~2.3%로 추산했다. 오지지만 한인이 안 사는 곳이 없다. 6개월 지속되는 추운 겨울, 근원적 외로움을 견디는 힘은 한인 특유의 끈기와 노력 등 강인한 정신력을 대변한다.
알래스카 한인들은 순박하고 정도 많았다. 일부 갈등도 없지는 않지만 페어뱅스의 한 한인 여성은 “그게 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현답을 내놨다. 배로우 거주 20년째인 백필현(59) 백혜순(53) 부부는 “우리 각자 지금 사는 곳과 연이 닿아서 미국 땅을 밟았다. 있는 그대로 감사하자”고 인사를 건넸다. 낯선 외지인의 물음과 취재에 적극 응해준 알래스카 한인사회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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