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로이타 통신은 흥미있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멕시코의 감옥에서 탈출한 마약왕 엘 차포 구스만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를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소문이 나돌아 FBI가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어떤 공갈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엘 차포의 탈출은 멕시코 관리들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마약왕인 그가 13년 사이 멕시코의 중범 감옥에서 두 번이나 탈출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연일 멕시코에 대해 폭탄발언을 터트리고 있다.
‘엘 차포’(키 작다는 뜻으로 구스만의 별명)가 과연 트럼프를 해칠 능력이 있을까. 있다고 본다.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명 부자명단에 끼어있을 정도로 돈이 많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멕시코에서 벌어진 마약전쟁에서 5만 여명을 살해(FBI 추산)한 잔인하기 짝이 없는 마약범이다. 지난해 11월 범죄퇴치를 외치는 게레로 지방의 43명의 학생이 멕시코에서 행방불명이 된 적이 있는데 엘 차포가 경찰과 짜고 이들을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전국적인 데모까지 벌어진 적이 있다. 시카고에서도 그의 범죄조직 ‘시나로아’ 카르텔의 악명이 높아 시카고 경찰이 알 카포네 이후 처음으로 엘 차포를 ‘시민의 적 1호’로 선언했을 정도다. 미국의 마약단속반은 한때 그의 체포에 5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포상금을 내건 적도 있다. LA, 뉴욕 등 미국의 모든 대도시에서 그는 현상수배 중범명단에 올라있다.
한편 그의 탈출 이후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의 고향인 멕시코의 시나로아 지방에서는 주민들이 춤을 추며 그의 탈출을 환호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엘 차포가 곧 트럼프를 잡으러 간다”고 외치고 있다. 엘 차포가 자신의 고향 시나로아를 마약거래 중심지로 삼는 동안 시나로아에는 돈이 넘쳐 흥청흥청했었으나 그가 감옥에 간 후 불경기가 닥쳐 타운이 죽어 갔는데 그의 감옥탈출로 이제 주민들이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얼마나 역설적인 현상인가.
페냐 니에토 멕시코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엘 차포 구스만 체포를 취임한 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웠다. 그때 어느 기자가 엘 차포의 재탈출(2001년에는 세탁물 운반차에 누워 탈출)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니에토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는데 엘 차포가 또 탈출해 니에토 대통령과 정부의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은 엘 차포의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으며 그를 미국에 넘겨 달라고 요구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미국은 지금 멕시코정부 자체를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몇 년전 세계일주 여행 후 가진 어느 강연회에서 어떤 분으로부터 “여행해보니까 어디가 제일 불안하고 무섭습디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서슴지 않고 ‘멕시코’라고 대답했다. 어느 정도로 불안한가 하면 내가 멕시코시티에 갔을 때 시장구경을 좀 하자고 했더니 가이드가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아니 대낮에 무슨 강도요?”라고 물었더니 “대낮에도 권총을 뒤에 들이대고 돈 내놓으라는 나라가 멕시코 입니다”라고 말해 멕시코 치안이 얼마나 불안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티와나 거리를 운전하다 경찰한테 정지 당한 후 돈을 갈취당한 한인들이 여러 명 있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한사람이다. 한번은 거리에 차를 세워놓고 식당에 들어갔다 나오니까 타이어 4개가 다 없어져 버린 기막힌 일도 있었다.
멕시코 - 세상에서 제일 여행하기 불편하고 제일 무서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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