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남장녀 책임감 사라진지 오래
▶ 체면치레 한국식문화 큰 부담돼
“남녀간 데이트할 때 더치페이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내 아이들이 이럴줄 몰랐습니다.”
산호세 김모(50)씨는 최근 두 아들이 음료수를 사먹다가 각자 더치페이했다는 말을 듣고 대학생인 큰아들을 꾸짖었지만 도통 말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실망스러워했다.
“내가 옛날사람이라 그런지 형이 무조건 아우를 사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용돈을 더 받는 큰아들은 내가 왜 동생것까지 부담해야 되느냐면서 나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했다”면서 “오냐오냐 키워서 그런지 우리때만큼 형제간의 정이 두텁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더욱 김씨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형의 더치페이 행동을 자연스럽게 담담히 받아들이는 작은아들의 반응이었다.
김씨는 “친구들끼리 더치페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형제간의 더치페이는 우리세대의 정서에서는 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면서 “너무 계산적이 돼버린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세대는 콩 한쪽이라도 형제간에 나누라 가르쳤는데 우리세대는 그걸 교육시키는데 부족했다”면서 “변해버린 현실을 탓할 뿐 이미 고착화된 더치페이문화를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체념했다.
반면 10-20대들은 형제간의 더치페이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블린 이모(21)군은 “큰아이로 태어났다고 해서 동생들을 일일이 책임질 수는 없다”면서 “장남장녀에게 무게를 지우는 한국식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한인직장에서는 아직까지 더치페이문화보다는 선배가 후배를 사주는 문화가 더 보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러나 시니어급 선배 박모씨는 “체면치레의 계산문화로 적잖이 부담된다”면서 “후배들이 식사하러 가자고 해도 뒤로 뺄 때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더치페이문화가 정이 없어 보여도 뒤끝이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면서 “나이 많은 사람이 항상 경제적 여유가 더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너무 얻어먹으려만 드는 후배들을 보면 야속하다”면서 “더치페이를 주장하면 쫀쫀하고 속좁은 남자 취급당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인식당도 타인종 고객들이 더치페이를 카드로 결제하면 각각 카드수수료가 지불돼 업소 부담이 크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울상을 지었다.
교육전문가들은 “요즘엔 형제들도 외동처럼 자라나 양보하고 베푸는 문화에 익숙지 않다”면서 “인간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상대 기분과 상황을 고려해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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