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들만 남은 가난한 마을 살린 유명 건축가의 선물
▶ 중국 베이징 인근·무화과 나뭇가지 벽의 친환경 빌딩
도서관의 내부. 푸른 나뭇가지에 둘러싸여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이 리딩룸 안에는 책상도 의자도 없다.
중국 베이징 인근 한적한 산 속에 자리 잡은 ‘리위안 도서관’. 무화과 나뭇가지를 써서 외벽과 지붕을 마감한 친환경 건물로 중국의 유명건축가 리 시아오동의 작품이다. 지난해 모리야마 R.A.C.I. 국제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 북경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 험난한 언덕에 둘러싸인 깊은 계곡의 작은 마을 지아오지에헤는 밤나무와 호두나무 복숭아나무들이 빽빽한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버리고 노인들만 남은 쓸쓸하고 가난한 마을이기도 하다. 중국 곳곳에 이런 마을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자구책도 등장했다. 어떤 마을에선 새로운 병원을 짓고, 또 다른 마을은 상하수도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고…제각기의‘웰빙’의 삶을 홍보하며 마을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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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통과 서구의 디자인을 융합시켜온 유명 건축가 리 시아오동이 절경의 이 작은 마을을 살리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은 좀 색달랐다. 그는 마을사람들이 땔감으로 쓰는 수천그루 나무들의 가지에서 본 풍요로운 자연적 자원의 잠재성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래서 그는 도서관을 지었다 - 좀 특이하게. 기초는 철근과 유리박스로 골격을 잡았으나 외벽과 지붕은 무화과 나뭇가지들로 마감했다.
막대기 모양의 나뭇가지들을 세로로 줄 지워 세우고 울퉁불퉁한 나뭇가지들 틈새를 통해 자연의 빛이 한번 걸러져 리딩룸 내부로 들어오도록 했다. 그래서 도서관 내부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아늑하다. 나뭇가지 외벽은 보호채색 역할도 하여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설 때 직사각형의 도서관 건물이 튀지 않고 자연의 일부분으로 녹아들어 보이도록 만들어 준다.
‘리위안 도서관(Liyuan Library)의 내부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방이다. 오픈된 책꽂이엔 오바마 대통령의 ‘담대한 희망‘에서 ‘포레스트 검프‘, 청나라 시대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적들이 구비되어 있다. 그러나 의자도, 책상도 없다. 방문객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아 편안히 벽에 기대 앉아 책을 읽는다.
남아있는 50가구 남짓의 주민들 독서생활은 이 도서관의 주 목적이 아니다. 베이징에서 도시의 매연과 먼지를 피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이 도서관은 사람들을 마을로 유인하는 도구인 셈”이라고 베이징 칭화대학 건축학 교수인 리 시아오동은 말한다.
도서관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두 곳밖에 없는 마을의 식당에서 돈을 쓰고 주차비를 내며 도서관 유지비를 위한 성금을 기부하기도 한다.
“이곳은 정말 특별하다”고 베이징에서 온 보험 세일즈우먼 리 웬리(45)는 말한다. 9세 아들과 함께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책을 보던 그녀는 “도시의 도서관이 부자연스럽게 조용한데 비해 이곳엔 자연스러운 평화가 있다”고 만족해했다.
이 도서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졌다. 주말엔 많은 대학생들과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찾아온다. 사진을 찍고 음식을 사먹으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이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마을식당들은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마을에서 농사를 짓다가 이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는 왕 후인(57)은 “도서관 방문객들은 모두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라면서 “주말엔 하루 200명 정도가 찾아오는데 둘러보고 사진 찍고 산책하며 즐긴다”고 전했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겨울 위한 멋진 벽난로가 나뭇가지 창문과 너무 가까이에 설치되어 그림의 떡일 뿐 사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마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도서관의 명성에 흠을 줄 정도는 아니다.
칭화대학을 졸업한 후 네덜란드에서 공부한 리 시아오동 교수(52)는 개울 위의 학교 등 시골에 작은 건축물을 많이 지었으며 인간과 환경을 융화시키는 작품으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상은 캐나다계 일본인 건축가 레이먼드 모리야마의 이름을 딴 모리야마 국제 건축상인데 작년에 이 도서관으로 수상했다.
얼마 전엔 모리야마(85)자신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도서관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며 “도서관의 휴머니티 감각이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한 그는 “난 건축상 심사에는 대부분 참가하지 않고 또 심사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엔 100%, 아니 150% 동의한다”면서 후배 건축가의 어깨를 두드렸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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