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번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지금 여기저기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받은 이메일 중 가장 히트는 평택 어느 결혼식장의 기념촬영 사진인데 신랑신부는 물론 뒤에 서있는 수십명의 하객 모두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해외 토픽감으로도 손색없는 사진이다.
TV뉴스에서 본 장면인데 인천항에 처음으로 중국관광객 3,000여명을 태운 크루즈선이 입항하자 항구에서 대대적인 밴드연주와 쇼가 펼쳐졌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모두 배에서 내려다 볼 뿐 내리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어느 성당에서는 신부가 기침을 하자 신자들이 영성체를 피해 신부가 “나 메르스 아닙니다”라고 해명했다는 보도도 있다. 회식에서는 술잔 돌리는 풍습이 자취를 감추었고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인과 악수하기를 꺼려 “외국인 고객과 만날 때는 눈인사로 그치라”는 지시를 무역회사마다 직원들에게 내리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일가족은 5명이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이 났는데 그중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격리 중인 아들딸이 어머니 장례식에도 참석 못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광객 쇼핑으로 떠들썩하던 명동거리가 한산하기 짝이 없다. 한국방문을 취소한 외국관광객이 10만8,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중국관광객이 75%를 차지하고 있으니 명동거리가 한산할 수밖에 없다. 경주에서는 메르스가 발생하자 관광객이 80%나 줄었다고 한다.
손님이 너무 많아 을지로입구 교통마비의 원인이 되어온 롯데백화점도 파리를 날릴 지경이다. 전국의 백화점, 대형마트, 식당, 주점, 커피전문점에 손님이 끊겨 울상이다. 한 백화점 지배인은 메르스가 이달 중 중단된다 해도 그동안의 손해로 올해 1년치 이익을 다 까먹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진풍경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초일류로 꼽혀 하루 외래환자가 8,000명이 넘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의 온상지로 간주되어 삼성의 이미지가 말씀이 아니다. 민관 대응팀은 삼성서울병원 접촉관리자 4,075명에 대해 역학조사에 들어갔으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격리수용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삼성’이라는 단어가 이번처럼 혐오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삼성병원을 드나든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지금 의료계에서 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공익재단의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삼성공익재단 이사장직이 얼마 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어가자마자 삼성서울병원이 망신당하는 일이 터진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이재용 부회장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말들이 번져 삼성 스스로가 이재용 부회장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사태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삼성 특유의 이원조직 문화 때문이다. 병원경영진과 의료진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소문이 나있다. 의료진은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여러 번 제기해 왔으나 경영진이 수익을 고려해 이를 가볍게 넘긴 모양이다. 결국 자만심과 커뮤니케이션 불통이 병원 일부 폐쇄라는 치욕을 불러온 셈이다. 병원직원들에 대해 매일 체온 체크도 안했고 이송요원이 발열상태에서도 근무하도록 방치했다. 한국의 메르스를 악화시킨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은 너무나 크다. 병원 일부폐쇄로 그칠 일이 아니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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