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3개월간 LA에 연수를 온 김모(29)씨는 LA 한인타운 내 한 하숙집을 거주지로 정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김씨를 처음 맞이한 한인 하숙집 업주는 처음에는 살가운 듯 했지만 한 달도 못 돼 오후 9시만 되면 잠을 자야 한다며 불을 끄라고 강요하고 샤워시간도 제한하는 등 터무니없는 간섭을 했던 것이다. 이를 참다못한 김씨는 결국 이 하숙집을 나왔지만 600달러의 디파짓을 고스란히 떼여야 했다.

역시 한국에서 미국여행을 온 30대 여성 이모씨는 한 LA 민박사이트를 이용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다. 이씨는 서부일주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LA 민박집을 찾았지만 온갖 불편을 겪어야 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예약 당시에는 세탁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도착하니 물 값과 위생을 이유로 사용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집 주인의 잦은 규제와 간섭이 여행 기분을 망쳤다”고 불쾌함을 전했다.

LA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한 남가주 한인 밀집지에 하숙과 민박 등 단기 숙박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부 업소들의 경우 제대로 된 면허를 갖추지 않은데다 서비스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등 난립상을 보이면서 이같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주택 소유주의 방 하나를 렌트하는 하숙집의 경우 가장 잦은 분쟁은 ‘디파짓과 프라이버시 침해’다. 하숙집 이용자들에 따르면 주인들은 단기 숙박장소가 필요한 이들을 유치하면서 각종 서비스 약속을 위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디파짓 피해는 하숙집 주인과 구두계약을 맺은 이들이 피해 보는 대표적인 사례다.

주인들은 단기간 머무르는 입주자 상황을 악용해 당초 돌려주기로 한 디파짓(평균 한 달 숙박료) 중 상당수를 돌려주지 않는다. 한 피해자는 “디파짓을 돌려달라고 했을 때 집주인은 청소비, 가구 이용료 등 여러 핑계를 대며 100달러 상당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주변 친구들도 디파짓 문제로 집주인이 언성을 높이고 험담을 늘어놓는 경험을 여럿 겪었다”고 전했다.

하숙집과 민박집 주인들이 이용객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숙박업 서비스는 호스트와 이용객 사이의 상호존중과 불간섭을 전제로 하지만 한인 집주인들은 이런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하숙집 주인에게 폭언을 듣고 디파짓도 일부 돌려받지 못한 최모씨는 “집에 들어가면 집주인이 방문을 마음대로 열면서 사생활을 간섭했다. 심지어 내가 먹는 음식까지 손을 대고 폭언 때는 수치심이 드는 말도 자주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하숙집과 민박집의 불법 영업과 안전 불감증도 끊이지 않은 문제점이다.

현재 미주 지역 한인 민박집을 알선하는 한 사이트에서 LA 민박전용 가정집은 20곳 이상이다. 하지만 민박업자들은 명단 속 가정집 대부분이 보딩하우스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LA 한인타운 합법 민박집의 한 업주는 “민박집이나 하숙집이나 사람을 3명 이상 들이는 집은 보딩하우스 허가를 받는 것이 시 규정”이라며 “불법영업을 하는 집주인들은 불이 나거나, 이용객이 다칠 경우를 대비한 대비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LA 법률보조재단과 한미연합회(KAC) 4.29 분쟁조정센터는 세입자 분쟁관련 조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