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믿는 소수계 로힝야족 주축
▶ 태국·말레이시아도 상륙 거부... 구호품만 실어 다시 영해 밖으로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이 인도네시아 아체에 마련된 임시수용소에서 13일 점심을 먹고 있다.
방글라데시인 2명이 바다에 빠져 표류한지 36시간만에 인도네시아 경찰에 극적으로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불법 이민선을 타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다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다른 불법 이민자들의 음식을 훔치려다 성난 승객들에 의해 차례로 바다로 던져져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방글라데시 프브나 출신의 이들은 동남아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포함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한 불법 이민자 2,000여명과 함께 작은 어선을 타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들을 바다에 내던지고 떠난 배의 운명은 아직 모른다. 인도네시아 군함이 12일 식량을 실어 준 후 배를 다시 바다로 내보낸 이후 배의 행적을 찾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이들은 아직도 배안에서 굶주리며 말레이시아 불법 입국 순간만을 노리는 다른 승객들보다 형편이 훨씬 좋을지 모른다.
최근 수년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서 가난과 박해를 피해 말레이시아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불법 이민선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며칠 사이 1,600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말레이시아 랑카위나에 인접한 인도네시아로 건너 왔고 12일에는 500여명을 실은 난민선이 말레이시아 북부 페낭섬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이민자 권리옹호단체들은 최근 태국과 말레이시아 경찰의 밀입국조직 집중단속으로 인해 여자와 어린이들을 포함해 수천여명의 난민들이 망망대해에서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고 국제사회에 경고했다. 지난 4개월 동안 바다에서 숨진 사람들만도 수백여명에 달한다. 더러는 배에서 굶어 죽었고 일부는 풍랑이나 화난 동료 난민들에 의해 바다로 떠밀려 죽었다.
태국에서는 이달 초 남부 말레이시아 접경지대에서 국제 인신매매 조직들이 로힝야족 이주자들을 불법 감금했던 캠프 4곳과 수십개의 피해자 무덤, 시신 30여구가 발견돼 적잖은 논란이 빚어졌다.
이후 태국 정부는 인신매매 조직과 로힝야족 밀입국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태국에서 단속이 시작되자 로힝야족 밀입국자들을 태운 선박들이 태국 대신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까지 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처음에 로힝야 보트피플들을 구조해 상륙시켰으나, 이후에 발견된 선박들은 구호물품만 제공한 뒤 영해 밖으로 내쫓고 있다.
이들이 죽음의 항해에 나서는 이유는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서다.
난민들의 대부분은 미얀마에서 소수종교로 차별을 받고 있는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과 가난한 방글라데시인들이다.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족은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서 철저하게 배척당하며 불법 정착민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 현재 미얀마에는 130만명의 로힝야족이 산재해 있다.
최근 3년간 박해로 인해 280명이 목숨을 잃었고 14만명이 자신들이 살던 거주지에서 쫓겨나 떠돌거나 랑군 외곽의 집단수용소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의료혜택 또한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취업기회도 얻기 어렵다.
이들은 결국 월남전 이후 동남아 최대 규모의 ‘보트피플’로 전락해 ‘기회의 땅’ 말레이시아로 향하고 있다.
10여년 넘게 보트의 출발과 도착을 모니터해 온 비영리 ‘아랑카 프로젝트’는 2012년 중반 이후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선 난민들이 1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이들을 실어나르던 불법 밀입국 조직이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집중단속으로 숨어들어가면서 난민들이 바다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들은 허술한 목선을 타고 살기가 나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로 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밀입국 알선 업자들에게 감금되거나 돈을 갈취당하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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