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총기를 든 군인들이 걸어가고 있다. 2015.05.13.
수백여명의 예비군들이 총기사고가 발생한 훈련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집단 트라우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윤인 서울수도방위사령부 정훈장교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육군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취재진에게 ‘남은 예비군들은 예정대로 (14일) 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예비군들은 현재 휴식을 취하며 대기 중’이라며 ‘퇴소 시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예비군들의 불만은 없는지, 원할 경우 조기 퇴소도 가능한지’ 등의 질문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40분께 육군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전날 입소한 예비군 최모(23)씨가 영점 사격 훈련 중 난사한 총탄에 맞아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훈련은 중단됐지만 총성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540여명의 예비군들이 남게 됐다.
군 당국이 예비군들을 남겨둔 이유는 사건 조사 때문이다. 현재 사건을 직접 목격한 일부 예비군들이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군 당국의 조치는 예비군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기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박모(27)씨는 사고 발생 직후 부상자들을 목격했다. 심폐소생술 후 응급차에 실려 나가는 급박했던 순간도 같이 했다.
박씨와 사고 당일 오전 11시께 SNS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박씨의 누나는 "동생이 자기가 두팀 앞에 있었으면 본인이 죽었을 수도 있었기에 무섭다고 했다"며 "최씨가 총을 쏘는 것을 본 사람들과 같은 생활관을 쓰는데 처음에는 충격에 잠겨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동운 정신분석 심리상담센터 소장은 "현재 상황은 심리적인 대처로 예비군들에게 빨리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보안 문제나 수사 때문에 환경 자체를 폐쇄하면 남겨진 예비군들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두 불안감이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안감이 증폭된다면 나중에 트라우마로 작용할 것"이라며 "트라우마는 즉각적인 문제로 나타나지 않지만 당일 밤에는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사건을 목격한 예비군들은 굉장히 트라우마틱한 상태일 것이고 보지 못한 예비군들이라고 해도 그것이 자신의 일일 수 있었다는 것에 심리적인 타격이 클 것"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관리하고 치료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 군의 폐쇄성도 지적했다.
전날 예비군 입소자 부모들은 답답한 마음에 직접 부대를 찾기도 했다. 사건 발생 6시간여 지난 후에도 입소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위병소 앞에서 발만 구르던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곽 교수는 "군에서는 원래 2박3일 일정이었으니 바로 퇴소시키지 않는 것이 문제 없다는 입장일 수 있다"면서도 "가족들이랑 친구들은 매우 걱정하는데 군이 폐쇄적으로 이들을 부대 안에 있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군은 더 자세히 조사를 하기 위해 예비군들을 퇴소시키지 않는 것이겠지만 그런 군의 폐쇄성으로 인해 오히려 SNS 등을 통해 소문과 의혹은 증폭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군의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총기를 난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예비군 최씨의 시신은 전날 오후 6시40분께 국립과학수사대로 옮겨졌다.
국립과학수사대는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인을 분석하기 위해 최씨의 시신을 부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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