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 김모씨는 새 학기가 시작한 3월 학과개강총회에서 씁쓸한 경험을 했다.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 15학번 신입생에게 “10학번”이라고 밝혔더니, 신입생이 대뜸 “엇, 화석이시네요”라고 말해주변 사람들의 웃음을 샀다.

화석은 취업 전까지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고학번을 뜻하는 ‘화석선배’의 줄임말이다. 삼엽충, 시조새, 고려청자로 불리기도 한다. 김씨는 “취업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나를 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등장한 신조어 가운데 청년실업과 취업난을 반영하는 말들이 유난히 많다. 그만큼 취직하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7일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화석선배를 비롯해 이케아(IKEA)세대, 취업깡패, 5포 세대, 빨대족, 달관세대 등이 올해 유행하는 구직난 관련 신조어다.

‘이케아 세대’는 실용적이고 세련됐지만 저렴한 가구 이케아(IKEA)처럼 각종 자격증과 어학연수경험 등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도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표현한 말이다.

‘취업깡패’는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뜻한다. 이전에는 경영학과가 각광 받았다면 요즘은 공과대 소속 학과가 뜨고 있다. 주요 대기업이 이공계 출신 채용비율을 높이거나 우대하기 때문이다. ‘전화기’ (전자·화공·기계) 전공자들이 대세라고 한다.

‘5포 세대’는 취직이 되지 않거나 늦은 나이에 취업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에다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청년들을 의미한다.

아예 취업과 희망도 포기한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오랜 실업에 좌절한 청년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담은 유행어도 있다. ‘빨대족’은 취업이 늦어져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 기대 살아가거나 아예 부모의 노후 자금까지 자기 돈처럼 사용하는 30대 자녀를 비꼬아 부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