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를 ‘오뎅(어묵)’으로 비하해 모욕한 사건의 형사재판에서 ‘누구를 피해자로 볼 것인지’를 놓고 검찰이 고심하고 있다.
법원이 모욕행위에 대한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제8단독 심홍걸 판사는 8일 오전 모욕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23)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씨는 지난 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사진과 함께 ‘주문하신 특대 어묵이요’라는 글을 올려 희생자들을 비하하고, 이후 수사가 시작되자 허위 자살 암시글을 올려 경찰이 자신을 찾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어묵’은 숨진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살점을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로 다시 어묵을 만들었다는 뜻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인터넷 상 은어다.
심 판사는 이 날 공판에서 검찰 측에 "피고인의 모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공소장에 특정되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특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피고인 측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상황에서 검찰 측에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가 공판검사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다음 기일까지 의견서를 받기로 했다.
앞서 지난 달 27일 안산지원 형사 제2단독 박윤정 판사도 모욕 혐의로 기소된 김모(20)씨와 조모(30)씨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 측에 비슷한 의견서를 요구했다.
김씨 등은 지난 1월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먹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친구 먹었다’는 글을 올려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판사는 "검찰은 피고인들이 단원고 학생과 유가족 등을 모욕했다고 주장하는데 피해자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며 "특히 단원고 학생의 경우 현재 단원고에 다니는 학생을 말하는 건지, 졸업생도 포함하는건지, 당시 사고를 당한 학생만 지칭하는 건지 명확하게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실제 이 사건의 검찰과 피고인측 변호인은 유족도 피해자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지, 모욕을 당한 주체가 개인인지 집단인지 등을 두고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올린 게시물을 보고 충격과 모멸감을 느낀 것을 고려하면 유족도 피해자며, 게시물로 인해 단원고 전체의 명예도 훼손됐다"고 주장한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유족은 직접적인 피해자로 볼 수 없으며, 단원고 교복을 입긴 했지만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모두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맞섰다.
두 재판부는 모두 다음 기일에 모욕 혐의에 대한 피해자를 각각 특정할 계획이다. 이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6월 3일, 김씨 등에 대한 재판은 5월 1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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