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국에서 재산을 노려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어느 남매의 패륜행위는 그 방법의 잔인함에 소름이 끼친다. 아들이 전기충격기로 아버지를 쓰러트린 뒤 개스 분사기를 얼굴에 뿌리자 딸이 둔기로 아버지의 얼굴을 마구 때리는 등 남매가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이들의 범행 동기는 아버지의 8억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 였다.

자식들이 부모의 장수를 바라기는커녕 부모의 재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부동산 붐이 가져온 비극이다. 땅값이 올라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이 가족의 비극을 부른 것이다. 졸부 탄생이 보여주는 병든 사회의 일면이다.

돈 만능시대다. “돈 있으면 자식 없어도 살 수 있어”“돈 있으면 부모 없어도 좋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TV에서 방영된 어느 코미디에 이런 것이 있었다. 사회자가 젊은이에게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재벌 2세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노력을 안 해 속이 상해 죽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어떤 집은 아버지 때문에 자식들이 잘 사는데 나는 이게 뭐냐는 팔자탄식이다.

지난주 파키아오와 메이웨더의 권투경기에서 내가 파키아오를 응원한 이유는 그의 효도정신에 감동했었기 때문이다. 피키아오는 도넛을 팔아 어머니와 6남매 생활을 도왔으며 그가 멕시코의 강자 바레라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벌었을 때 어머니의 소원에 따라 고향의 시골창고에 쌀을 가득 채운 뒤 동네주민을 전부 불러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보기 드믄 효자다.

부모만한 스승이 없다는 말이 있다. 파키아오의 어머니는 그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 남에게 구걸하지 마라, 항상 기도하며 살아라의 두가지를 역설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기도의 생활을 강조했다. 파키아오가 경기에 앞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은 어머니의 신앙교육 영향이 크다. 기도할 줄 아는 자식은 부모에게도 효도하기 마련이다. 부모가 너무 돈, 돈, 돈 하고 지내면 자식도 이를 닮아 돈이 이 세상에서 최고인줄 안다.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는 오늘의 풍조는 부모들의 그릇된 가치관 시범에 있다. 인과응보다.

한국인들은 혈연을 너무 중시한다. 자식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다. 일종의 한풀이다. 부모와 자식이 동일체다. 그래서 자식이 결혼할 때도 그 비용을 부모가 부담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집까지 사주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게다가 자식이 사업을 벌이면 부모가 집을 담보로 잡혀주는 아량까지 보인다. 이러다보니 자식들의 자생력을 키워주지 못해 자식이 실패하면 부모의 집까지 날려 보내 노후생활이 엉망이 된다. 요즘 한인사회에서도 자식들의 사업담보를 섰다가 후회하는 부모들이 상당수 있다.

미주 한인사회도 이제 유산을 둘러싸고 부모와 자식들 간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땀 흘리며 가난하게 살던 이민초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형편이고 보니 부모에게 계속 의지하게 되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자식과 거리를 두어야 할지 계산이 서지를 않는다. 그러나 부모님들이여,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기억하시라. 딸들에게 재산을 다 주어버린 후 배신당한 리어왕에게 광대는 이렇게 말한다. “넝마 걸친 아비에게는 자식들이 눈을 돌리나 주머니 찬 아비에게는 자식들이 친절하지” - 자식들의 효도를 기대하기는 커녕 자식이 오히려 무서워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버이날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