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실 (연합감리교회 뉴욕연회 여선교회장)
늘 먹는 음식도 조리법을 약간 바꾸거나, 담는 용기를 바꾸면 새로운 맛이 나듯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약간의 변화가 가해짐으로 상당한 새로움이 채워질 수 있다. 그 약간의 변화라는 것이 말은 쉬어도 정작 변화를 갖는 것이 잘 안 되는 것은 게으름일 수 도 있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화가 어려운 것은 머리의 작동이 예전 같지 않아 실수가 두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연합감리교회에서 지난 몇 년간 내 걸었던 슬로건이 “Open hearts. Open minds. Open doors”이다. 다른 교단에 비해 모든 면에서 많이 열려 있는 감리교단이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교회와 교인들에게 동참을 호소하며 우리의 믿음을 새롭게 해보자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무게를 훨씬 덜 두게 되었고, 세상사가 모두 희거나 검은 색 두 가지로만 구분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 모르거나 이해 못하는 삶의 방식과 의견 일들은 회색으로 남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이 슬로건처럼 머리를 열고 마음을 여는 것이 가능해 지며 내 집 문까지도 선교를 위해 열게 되는 것 같다.
교회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며 모이는 신앙 공동체이다. 특히, 이민자로 살며 겪어온 아픔과 생활도 독특하여 함께 조화되기에 많은 도전이 있고 친교의 시간이 무척 조심스러운 곳이다. 별 뜻 없이 던진 말 한 마디로 큰 상처를 받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믿음이라는 이름아래 상당한 고집불통이 되어버리는 이들의 모습도 목격하게 된다.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하나님의 집”이 교회임에는 모두가 문제없이 동의를 하는데, 그 집에 어떤 차림새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가하는 비본질적인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여 새 신자와 다른 교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예가 있다. 내 식대로의 신앙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그 대단한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려서부터 교회생활이 익숙한 나 역시 정장에 가까운 복장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준비도 저절로 함께 하게 되고, 성전에 나올 때는 당연히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old school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나의 기분과 사정일 뿐이고, 나와는 다른 생각과 다른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날씨 관계로, 혹은 예배 후 이어지는 행사에 편한 복장이 필요한데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다. 복장에 신경을 쓰느라 교회에 나오기 싫어진다면 과연 예배의 본질은 무엇인가. 직원들에게 정장을 요구했던 많은 회사들이 거의 20년 전부터 편한 평상복 차림을 허용하며 특히, 젊은이들은 특별한 때가 아니면 거의 정장차림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교회에서 이런 젊은이들이 오기를 기대하며 문을 활짝 열어 놓고는 운동화를 신거나 평상복 혹은 작업복 차림으로 예배에 참석을 했다고 공공연히 불쾌해하는 이들을 볼 때 교회의 본질을 잊은 모습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그 사람의 생각과 사정과 형편을 알기 전에 판단을 하는 것은 자신이 예배를 받는 하나님인 듯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닐지.
성숙한 삶을 갖기 위해는 종교에 관계없이 머리와 마음을 여는 무던한 노력이 늘 필요하며, 내 집 문을 여는 친교를 통하여 풍성한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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