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가 결국 낙마했다. 취임 일성으로 부정부패척결 담화를 발표하면서 사정정국을 조성한 총리가 지금은 사정의 대상으로 등장 했으니 자신이 날린 부메랑에 자신이 다친 꼴이다. 잘못하면 이완구 총리만 다치는 게 아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도 성완종 회장과 얽혀있다. 밝혀진 성완종의 스케줄 일기에 의하면 성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9월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복·아오자이 패션쇼’ 행사를 갖기 3일 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패션쇼가 열린 베트남의 ‘랜드마크72’는 경남기업이 지은 호텔이다. 행사 직후 성완종은 자기 회사와 관련된 채권단 은행장들을 만났고 두달 후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을 성공 시켰다. 워크아웃이 이루어진 며칠 후(11월6일) 김기춘 실장과 만나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같은 만남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갖가지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성완종은 이병기 현 비서실장에게도 140여 차례나 착발신(전화)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박 대통령은 남미방문에 앞서 “부정부패가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성완종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검찰조사에서 전 현직 대통령비서실장들이 성완종을 도와준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걱정이다. 잘못하면 한국의 정국이 표류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성완종 케이스는 대통령이 남의 일 말하듯 할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이것도 보통 아이러니가 아니다. 성완종 회장은 노무현 정권 때 두 번이나 사면 받은 적이 있는데 문재인 대표가 비서실장으로 있던 2007년의 사면은 비공개로 진행되어 말썽이 많았다. 검찰조사에 의하면 성완종이 사면받기 일주일 전 경남기업 계좌에서 1억원의 뭉칫돈이 빠져 나간 것으로 되어있다. 이에 앞서 몇 년 전 노무현 캠프는 성회장이 운영하던 대아건설로부터 3억원의 불법대선자금을 수수한 전력이 있다. 문재인 대표야말로 남의 말 할 때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성완종이 자신을 표적수사 한 것에 앙심을 품고 현 정권의 실세 8명을 찍어 리스트를 만든 물귀신 작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경남기업은 성실한 기업이 아니다. 좀비기업(융자를 갚을 능력이 없는 기업)이다. 이런 경남기업에 금융권이 빌려준 돈이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그중 국책은행이 빌려준 5,230억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할 형편이다. 표적수사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감사원이 지난 2월 이를 발견하고 검찰에 고발해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금융계가 어떤 압력을 받아 그 많은 돈을 경남기업에 융자해 주었을까. 검찰이 이것까지 다 까발리는 날에는 한국의 여야정계와 금융계가 마비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리척결과 정치개혁을 내세워 자신의 레임덕 현상 차단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밀어붙이면 제 발등을 찍는 모양새가 되어 스스로 레임덕 현상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잘못하면 외디푸스 왕이 겪은 비극을 당할 것이다.
사회정의 구현을 외치던 전두환 대통령과 보통사람 정치를 내세운 노태우 대통령 자신이 부정으로 감옥에 갔고 민주투쟁의 상징이던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도 부정부패로 감옥에 갔다. 그리고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던 노무현 대통령은 가족이 부정에 관련되자 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해 버렸다. 부정부패 일소를 외치던 대통령들이 모두 스타일을 구겼다. 한국정치 - 너무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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