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 출마를 마침내 공식선언 했다. ‘마침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유는 그의 입후보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탄생하느냐의 드라마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부부 대통령이 탄생하게 되는 것도 처음이니 이래저래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대선의 최고화제다. 수수한 복장을 한 그는 트위터 동영상을 통해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2007년 도도한 자세로 출마선언 했을 때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ABC-TV와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당 내 힐러리 클린턴 지지율은 69%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12%, 인기상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12%,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5%, 그리고 힐러리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마틴 오말리 전 매릴랜드 주지사는 0.5%에 불과하다. 민주당 내 경쟁에서는 게임이 안된다. 개인 이메일 말썽, 클린턴재단 기부금, 벵가지 미영사관 피습책임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는 놀랍다.
공화당의 중진이며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그의 자서전에서 “나는 힐러리를 신문이나 TV를 통해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함께 일해 본 후 내가 전혀 그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힐러리는 이상을 지녔으면서도 현실적이고, 터프하면서도 부드럽고 유머가 있다. 그는 어디에 갔다 놔도 미국을 대표할만한 인물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그러나 똑똑한 정치인, 특히 똑똑한 여성 정치인은 유권자가 싫어한다. 힐러리는 너무 똑똑한 정치인이다. 이런 종류의 이미지는 잘못하면 거만한 것으로 비치기 쉽다. 지난번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한 것도 이런 이미지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니면서 서민을 위한 강력한 투사로 보이느냐가 힐러리의 선거 이미지 목표다. 과연 힐러리 클린턴이 서민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힐러리 자신이 백만장자다. 그리고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치면서 월가의 재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기록적인 선거후원금을 모으리라는 추측도 주변에 부자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결코 서민이 될 수 없다. 서민이 아닌 후보가 부자를 규탄하며 경제개혁을 부르짖어야 하는 것이 힐러리의 고민이다. 더구나 힐러리가 당선되면 미국에서 부부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민주당의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미국의 대통령직은 가족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왕관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리더십을 주장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과 젊은 피를 내세운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New Generation을 들고 나오는 것도 부부 대통령 탄생과 부시 가문의 3명의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겨냥한 내용이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만큼 유능하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여성 정치인이 있을까. 이런 여성이 탄생하려면 앞으로 10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어떤 신문이 지적한 적이 있다. 예일대 출신의 뛰어난 변호사에 백악관 퍼스트레이디를 8년이나 지냈고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지내 의원들과 외국 지도자들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 엄청난 돈이 드는 선거를 치를 재정적인 준비도 되어있다. 게다가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뒤에서 내조하고 있다. 또 공화당엔 힐러리를 꺾을 만한 참신한 인물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그는 선거전에서 록스타와 같은 존재로 부상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여성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을 충분히 지닌 흥미진진한 선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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