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마라톤클럽(KART)의 창시자로 수천 명의 한인 아마추어 마라토너를 배출해낸 피터 김 코치.
[인터뷰 - 미주한인마라톤클럽 창립자 피터 김씨]
“반평생을 달렸고 인생의 3분의 1은 마라톤 코치로 뛰어왔네요. 너무나 행복한 삶이에요.”
한인사회 마라톤 클럽의 효시가 된 미주한인마라톤클럽(KART)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1995년 마라톤 완주를 꿈꾸는 5명의 한인들이 패사디나 로즈보울에 집합해 뛰기 시작하면서 결성된 KART는 피터 김 코치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다. 20년 전부터 토요일 새벽은 KART와 함께 뛰고 일요일에는 인랜드,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 그리고 다시 LA 러너스 클럽으로 7년째 초빙 마라톤 코치생활을 하고 있는 피터 김(60)씨의 마라톤 인생 30년, 달리기 코치 인생 20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라톤 코치가 된 계기는
▲1995년 LA 마라톤에 출전했는데 한인타운을 지나가며 한국일보 기자의 망원렌즈에 잡힌 사진이 그 다음날 신문에 게재됐다. 당시만 해도 아마추어 러너 붐이 일지 않았고 한인 마라토너가 드물었다. 라디오 방송에 초대되어 인터뷰를 하면서 “같이 뛰고 싶은 사람은 가르쳐 드리겠다”고 한 말이 씨가 되어 그해 3월 말 한인 5명이 로즈보울에 모여 함께 뛰기 시작했다.
-원래 운동에 소질이 있었나
▲절대 아니다. 운동은 젬병 수준이다. 전문경영인으로 살다보니 압박감이 심했다. 주위에서 운동을 권유해 골프나 테니스 모임에 참가는 했는데 식사비를 내는 기쁨(?)밖에는 누리지 못했다. 운동에 소질이 없으니 시간낭비에 가까웠다. 그래도 압박감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만이 하는 운동, 그것도 즐겁게 할 운동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라톤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첫 날 고교 운동장에 가서 네 바퀴(1마일 가량)를 돌았는데 15분도 더 걸리더라.
지금과 비교하면 편안히 걷는 수준이었는데 뛰고 나니 하늘이 노랗고 토할 것 같아 혼났다. 포기할까 하다가 한 번만 더 해보자며 다시 뛰어본 것이 지금에 왔다. 상쾌한 아침시간에 뛰다보니 하루를 계획하게 되고 새롭게 시도하는 경영전략에도 자신감이 생기더라.
-마라톤 코치가 본업인 줄 알았는데
▲마라톤 코치는 취미이자 봉사활동이고 본업은 경영 코치다. 젊어서부터 전문 경영인으로 어려운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일을 했고 지금은 경영 컨설팅업체 ‘프라임 소스’ (Prime Source)를 운영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코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마라톤도 회사 경영도 코칭 방법은 같다. 목표를 정해 주고(동기 부여)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해주고(자신감 회복) 칭찬해 주면 된다. 사실 마라톤이 더 힘들다. 육체적 환희를 느끼려면 육체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50대 만학으로 MBA를 마쳤다고 들었다
▲1971년 열여섯에 이민을 와서 결혼하고 생계를 꾸리다 보니 늘 대학원 진학에 갈망이 있었다. 2005년 우리 부부가 50대에 접어들면서 서로 소망을 밝힐 기회가 생겼다. 아내에게 ‘2년 만 쉬면서 공부할까’ 했더니 반색하더라. 때마침 한국 고려대에 글로벌 MBA 과정이 개설돼 한국 대학생활의 낭만을 즐겨보지 못한 아쉬움에 지원했다가 2년 동안 낭만은 커녕 주말마다 LA와 한국을 왕복하며 잠도 못자고 공부했다. 그래도 학내 단축마라톤에 과대표로 출전해 전체 4등을 했다. 역시 마라톤은 인생의 파워다.
-마라톤 초보자에게 조언한다면
▲미국 각 도시와 파리, 마드리드 등 유럽 마라톤까지 87회 완주를 해봤다. 2005년 골드코스트 마라톤에서 2시간48분46초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마라톤에서 기록은 그냥 숫자이더라. 완주를 했느냐 못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마라톤 완주를 해보겠다는 첫 목적을 잊지말아야 한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뛰려면 부상당하기 십상이다. 즐기면서 여유를 갖고 달려라.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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