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포츠 기자들의 시선이 오는 9일 개막되는 매스터스 골프대회에 쏠려있다. 관객동원도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하락일로에 있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에서 잘 쳐도 화제, 못 쳐도 화제다. 엊그제만 해도 세계랭킹 1위인 그가 지금은 랭킹 111위다.
매스터스는 프로골퍼들이 가장 참가하고 싶어 하는 화려한 골프제전이다. 세계 골프랭킹 50위안에 들거나 상금랭킹 40위안에 들어야 하는 등 17가지의 까다로운 선발기준에 의해 받아들인다. 매스터스는 PGA가 아니라 특정 골프클럽이 주최하는 토너먼트인데도 4대 메이저 토너먼트 중 가장 뉴스의 초점을 모으는 대회로 꼽힌다. 쉽게 말해 어느 동네의 컨트리클럽이 주최하는 대회다.
그런데 왜 권위를 자랑할까. 1933년 미국의 전설적 골퍼 바비 존스와 월스트릿의 거물 클리퍼드 로버츠가 어거스타 내셔널 컨트리클럽을 창설하면서 미국의 최고부자들을 모두 회원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돈이 제일 많은 컨트리클럽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꼽힌다. 골프광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 골프장에 너무 자주 와 임시 사무실을 두었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매스터스는 스폰서도 없다. 한번 개최에 5,000만달러나 드는데 모든 것이 회원들 부담이다. 상금도 올해는 900만달러나 된다. 그런데 회원들이 경비를 부담하는가 하면 그게 아니다. 기념품 판매, 입장료(375달러)등 각종 행사에서 남는 이익이 3,000만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타이거 우즈가 참가하지 않은 지난해에는 관객이 반으로 줄어 매스터스 운영에 지장을 초래했다. PGA TV 시청률도 형편없이 떨어져 프로골프계가 운영의 위기를 맞고 있다. 벤 호건, 아놀드 팔머, 잭 니클러스, 타이거 우즈로 이어져오던 수퍼스타 시스템이 깨져 골프경기 구경하는 것이 시시해진 것이다. 타이거 우즈의 이번 매스터스 출전은 개인의 명예회복도 목적이지만 프로골프계를 살려야 한다는 원로들의 충고가 타이거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타이거 우즈가 휩쓸던 2000년 초에는 수많은 실력 있는 골퍼들이 대회 때마다 2위로 밀려나 빛을 보지 못했다. 백인 프로골퍼들의 장래를 위해 타이거를 제거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아 한때 타이거가 엄중한 경호를 받을 정도였었다.
타이거 시대는 가고 로리 맥길로이(현재 랭킹 1위)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제 나이키는 놀라운 광고를 선보였는데 8살 된 어린 맥길로이가 TV앞에 서서 타이거 우즈의 경기를 보며 스윙을 흉내 내는 장면이다(맥길로이 아버지가 제공한 듯). 맥길로이는 어릴 때 타이거에게 “언젠가는 내가 당신을 이길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었다고 나이키측은 밝히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어릴 때 LA의 벨 에어 컨트리클럽에서 잭 니클러스와 악수한 후 니클러스를 능가하는 골퍼가 되겠다고 말한 것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나이키의 이번 광고는 스포츠계의 신화가 어떻게 무너지며 세대교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맥길로이는 타이거에 비하면 아직 신화적인 존재가 못된다.
흑인인 타이거 우즈가 우승하던 1997년의 매스터스 대회 18번 홀의 감격적인 장면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인종차별이 심한 매스터스에서 흑인 청소년이 신기록을 내며 우승했다는 것은 당시에는 흑인 대통령 탄생에 버금가는 미국의 기적이었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전혀 불가능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기적에 가깝다. 만약 우승하면 나의 경솔한 판단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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