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선 공화당 예비주자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최근 뉴햄프셔주 공화당 위원장 자택에서의 만찬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급히 바꿔야 했다. 위원장 집에서 털복숭이 개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 만찬은 레스토랑으로 장소를 변경하여 무사히 치렀으나 확실한 보수성향과 배짱 있는 행정능력으로 요즘 한창 각광받고 있는 워커의 ‘개 앨러지’는 그의 진영엔 별로 달가운 요소가 아니다.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 역대 대통령들의 애완견 사랑과 미국인들의 ‘퍼스트 독’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워싱턴의 언론박물관 뉴지엄에는 “퍼스트 독스:미국의 대통령과 그들의 애완견”이라는 상설전시코너도 있다. 내셔널 몰에 있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동상 발치에는 그의 애완견인 스코티시 테리어 ‘팔라’의 동상도 함께 앉아있다.
워런 하딩 대통령의 테리어 ‘래디 보이’는 내각회의장에 자신의 전용 의자를 갖고 있었으며 프랭클린 루즈벨트 시절 공화당 정적들은 루즈벨트가 ‘팔라’를 데려오기 위해 알류샨 열도로 구축함을 파견했다고 비난했었다. 팔라에겐 전담 비서까지 있었다.
레이건은 3마리의 개를 길렀고 아버지 부시도 ‘레인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만 ‘가장 좋은 친구’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빌 클린턴의 애완견 ‘버디’였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사면초가에 빠졌던 클린턴에게 “당시 기꺼이 그의 곁을 지켜준 유일한 가족은 버디뿐이었다”고 힐러리는 후에 자서전에서 밝혔다.
생의 비극은 ‘퍼스트 독’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링컨이 사랑했던 갈색의 잡종견 ‘피도’는 링컨이 암살당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난동을 부리던 주정뱅이의 칼에 찔려 죽었고 클린턴의 ‘버디’도 클린턴 퇴임 후 뉴욕에서 차에 치여 숨졌다. 아들 부시는 애완견 ‘스팟’이 일련의 뇌졸중으로 회복의 가망성이 없어지자 백악관 잔디밭에 함께 앉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별인사를 한 후 안락사 시켜야 했다.
대선후보들의 애견 사랑이 캠페인의 효과적 부분이 된 것도 오래 전부터다. 1928년 허버트 후버가 대선 승리를 거둔 이면에는 경직된 그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다듬어준 애완견의 공도 한몫 했다. 양치기견 벨지안 말리노이즈 ‘킹텃’의 발목을 잡고 끌어안은 포즈의 사진은 딱딱한 후버의 모습에 친근감을 선사했다.
“후보들에게 인간적 면을 더해 주지요. 우리와 똑같이 아이들과 개를 기른다는 걸 보여주면서”라고 대통령 펫 뮤지엄 설립자 클레어 맥클렌은 설명한다.
리처드 닉슨이 1952년 아이젠하워의 러닝메이트가 된 데는 애완견 ‘체커’를 주제로 한 TV연설이 일조했으나 2012년 공화 대선후보 미트 롬니는 애완견 ‘시머스’를 자동차 지붕에 얹은 채 가족여행을 간 것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만약 미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에 대한 대선 후보 지침서가 있다면 “개를 사랑해야 한다”가 앞부분 어딘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젭 부시는 애완견 라브라도 ‘마빈’이 암으로 죽은 걸 슬퍼했고 마르코 루비오는 하늘에서 준 양식이라는 뜻의 ‘만나’라는 이름을 가진 시추를 자랑하며 힐러리 클린턴의 푸들 ‘탤리’도 미디어에 데뷔한지 이미 오래다.
워커 주지사는 동물원을 찾아가 너구리 비슷한 킨커주나 기린을 쓰다듬는 제스처를 보이지만 개와는 견줄 바가 못 된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워커는 지난 2010년 처음 주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 한 지지자가 폭스테리어 개를 건네자 앨러지에도 불구, 웃으며 쓰다듬는데 성공했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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