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CNN 뉴스에서 독일항공기 저먼 윙스의 자살비행을 상상으로 그려본 동영상을 만화로 방영했는데 쇼킹했다. 자살비행 재연은 블랙박스에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A320 항공기가 3만8,000피트 상공에 이르렀을 때 부기장 루비츠는 존더하이머 기장에게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권고한다. 3분 후 기장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비행기가 갑자기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기장이 이상히 여겨 꽝꽝 문을 두드리며 “제발 문 좀 열어줘”라고 소리친다. 이때부터 승객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한다. 이어 항공기가 지상 3,800피트에 이르렀을 때 추락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오른쪽 날개가 산봉우리에 스치며 꺾인 후 지상에 추락한다. 존더하이머 기장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지 8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수사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부기장 루비츠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우울증 중에서도 자살충동증세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 받은 것도 한두명의 의사가 아니다. 여러 명의 의사가 루비츠의 우울증이 심각함을 환자에게 경고하며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했다. 파일로트가 그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도 왜 의사들은 이 사실을 항공사측에 알리지 않았을까. 바로 이 질문이 이번 참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법을 갖고 있다. 개인보호를 강조한 이유는 나치정권에서 혹독한 정부감시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프라이버시 보호규정에 의하면 의사가 조종사의 자살 충동증을 감지했더라도 이를 비밀에 붙여야 한다. 만약 항공사에 알리면 의사가 처벌받게 되어있다. 조종사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정신질환을 보고해야 비로소 회사측이 알게 되어있다.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회장이 지금도 기자회견에서 “루비츠부기장이 앓고 있는 우울증은 어떤 종류의 질환인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이유가 프라이버시 보호법 때문이다. 그가 죽었는데도 그의 정신질환에 대해 회사 측은 언급을 할 수가 없다. 언급하면 가족들로부터 소송 당한다. 일이 터지면 오직 수사기관만이 범인의 정신질환 상태를 조사한 후 발표할 수 있는 것이 독일의 의료시스템이다. 이번 저먼 윙스의 참사를 ‘자살비행 사건’으로 부르고 있지만 이건 자살이 아니다. 149명의 목숨을 계획적으로 앗아간 1급 살인사건이다. 이런 종류의 범죄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명칭조차 없는 상태다.
지난해 승객 239명을 실은 채 사라진 말레이시어 항공 MH370의 실종 미스터리도 조종사의 자살충동으로 인한 참사로 추측되고 있다. 97년 인도네시아의 실크에어(보잉737)의 조종사는 거액의 도박 빚에 시달리는 것을 견디지 못해 승객 104명을 태운 채 늪지대로 고의 추락한 적도 있다. 또 이집트에어 990기의 부기장은 징계를 받게 되자 “모든 것을 신에게 맡깁니다”를 11번이나 외친 후 승객 217명과 함께 바다에 추락했다. 어디 무서워서 비행기 타겠나. 테러리스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조종사의 고의적인 항공기 추락이다. 항공계가 낳은 신종범죄다. ISIS(이슬람국가)의 목 자르는 처형보다 더 무서운 테러다.
항공기의 기체는 꼼꼼히 점검하면서 조종사의 정신적 질환 체크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다가 변을 당한 것이 이번 저먼 윙스의 참사다. 독일신문 빌트 암 손탁에 의하면 범인 루비츠는 “항공사의 시스템을 고치고 싶다”고 그의 여자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는데 정말 루비츠 때문에 항공계가 환골탈태해야 할 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 정신질환인가를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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