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는 모두가 가까이 살기 때문에 사람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비교적 간단했다. 문득 한 친구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지면 문자 하나 보내고 10분 거리를 지나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봤던 친구 중에 아직도 연락을 유지하는 애들은 몇명 안된다. 그만큼 사람이 멀리 있을수록 마음은 멀어지고, 꾸준히 대화를 나누는 건 참 힘들다. 감사하게도 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지역에 산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식사를 나누곤 한다.
제일 친한 벗들과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될 이야기를 한다. 숨기거나 참는 부분없이, 편한 마음으로 불평을 줄줄이 내려놓는다. 그리고 서로의 불평도 받아준다. 요새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는 대충 이렇게 나눠지는 것 같다: 요새 신경쓰이는 사람들, 직장에서 생긴 일, 다음 2년간을 위한 계획, 조만간 결혼하게 될 친구들, 가족에 대한 심정, 개인적인 근심과 걱정들.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린 것들이다. 아무리 무식하고 험한 말을 해도, 제일 깊이 와닿는 효과는 서로에게 끼치는 나쁜 영향이나 해가 아니라 공감과 편안함이 가져다 주는 위로다. 내 안에 들어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다른 사람이 이해한다는 건 참 묘하게 날 편하게 한다. 그만큼 내가 혼자가 아니고, 나만 이런 의견을 같고 있는 게 아니란 증거이니까.
난 일상에 대부분 독립적이다. 일단 의지하지 않아도 되면 혼자 찾아가고 해결해 나가는 성격이고, 취향이 유행을 타지 않아도 굳이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날 이해하길 바라며, 누가 이해할 거란 확신이 없을 때, 그 독립적인 성향은 말끔히 사라진다. 제일 약해지는 순간이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반응을 할지에 대해 걱정하고, 믿는 사람이 불쾌해 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거나, 비웃으면 어떡할까 두렵다. 소신이 깊을수록 두려움은 배로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떼본다. 항상 놀라운 일은 흔히 상대방이 예상 밖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다. 공감하면서 신뢰와 믿음이 생기고, 믿음이 커질수록 이 친구가 내 말을 이해하건 말건, 공감하건 말건 받아줄 거란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과는 수정되지 않은 말을 늘어놓는다. 서로를 꼭 이해해야 하는 시점을 지난, 서로를 감싸주는 우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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