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최대 화제는 미국에서 여자 대통령이 탄생 하느냐와 부시 가문이 세 번째 대통령을 배출 하느냐의 여부다. 두 케이스 모두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대통령에 입후보 하려면 1년간의 예비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돈이 든다. 선거자금을 모을 능력이 없으면 인기 있어도 중간에서 퇴장하기 마련이다.
비즈니스맨 출신인 젭 부시는 선거자금 모금의 귀재다. 매일 서너 차례 모금파티에 참석하는데 하루 평균 100만달러 정도를 모을 정도다. 시카고 파티에서는 하루에 420만달러, 탬파 모임에서는 24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와 형의 인간관계가 넓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이 “내 아들 좀 도와줘, 내 동생 좀 도와줘”하면 특히 재벌들은 거절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 집안에서 두 명의 대통령이 나오다보니 어느 부시대통령이 아버지이고 아들인지 헷갈린다. 부시가의 친구들은 41대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91세)를 HW로, 43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워커 부시(69세)를 W로 부른다. 어머니 바버라 부시가 “우리 집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누구를 말하는지 혼동할 때가 많아요. 이 상황을 또 만들어 내는 것에 나는 찬성할 수 없어요”라며 둘째아들 젭 부시의 대통령 출마를 유머러스하게 반대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바버라 부시가 엊그제 “내 마음이 바뀌었어요. 부시대통령이 너무 많아 헷갈리면 어때요? 그것도 좋은 일이죠”라고 말해 가문회의에서 젭 부시의 출마를 적극 밀기로 결정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부시 가족들이 젭 부시의 출마를 반대했던 이유는 형 W 부시의 이미지가 이라크 침공으로 나빠졌었기 때문인데 요즘 ISIS의 극성으로 W 부시의 이라크 정책이 옳았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변한 까닭이다.
젭 부시는 아버지와 형과는 기질이 좀 다르다. 아버지와 형이 오일 투자로 부자가 된데 비해 젭 부시는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이 백인중심의 텍사스 문화에서 성장한 정치인데 비해 젭 부시는 부인 콜롬바가 멕시코 출신인데다 히스패닉 파워가 강한 마이애미에서 자리잡은 정치인이다. 앤아버 필립스 아카데미 고교출신이고 동부 백인 기질이며 매우 지성적이다. 게다가 그는 아버지와 형처럼 프로테스탄트가 아니라 부인을 따라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는 히스패닉 커뮤니티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히스패닉 인구팽창을 고려할 때 다른 공화당 후보가 갖지 못하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반면 그는 ‘부시’이기 때문에 이익도 보지만 ‘부시’이기 때문에 상처를 받아야 하는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와 형이 공화당내에서는 리버럴로 간주되어 티파티와 같은 보수 강경세력에서는 “NO MORE BUSH!”를 외치며 그의 출마에 결사반대다. 이민개혁에 찬성하고 동성연애 결혼에 동조하는 젭 부시는 보수기질을 지니지 못한 리버럴이며 힐러리와 선거에서 붙으면 특색이 없어 참패한다는 것이 극우파의 견해다. 이에 대해 젭 부시는 “공화당이 길을 잃었다”며 극단주의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딕 체니와 세라 페일린, 테드 크루즈(텍사스 연방상원의원)와 같은 극우세력이 판치는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얼마나 보수적인가를 강조해야하는 이중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 젭 부시의 고민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명을 받아야 한다. 그가 아무리 히스패닉계에 인기가 있다 하더라도 공화당 전당대회라는 장애물을 넘지 못하면 백악관을 향한 꿈은 수포로 돌아간다.
공화당 강경파의 지지를 얻어 내는 것 - 이것이 젭 부시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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