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의 디즈니랜드’호주의 미술관‘모나’억만장자 도박사·아트컬렉터 데이빗 월시 2억달러 투자... 어두운 역사 가진 절경의 섬 태즈메이니아에 3년전 건립
▶ ‘죽음과 섹스’ 주제, 미술관의 기존 컨셉 거부... 개관 후 100만명 방문 ‘새로운 예술’의 명소로
설립자 데이빗 월시가 ‘반체제적 성인 디즈니랜드’라고 묘사한 태즈메이니아의 미술관 ‘모나’의 전경.
호주의 최남단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는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19세기 영국 식민통치 장교들이 원주민을 말살시키고 대영제국에서 가장 잔혹한 감옥으로 사용했던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지역 출신의 부유한 갬블러이자 수학자인 데이빗 월시(53)가 3년 전 이곳에 거액을 들여 미술관을 건립하고 미술관의 주제가 ‘섹스와 죽음’이라고 요란스럽게 발표한 것은 어쩌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주도인 조용한 항구도시 호바트에서 강 위쪽 물가에 위치한 미술관은 사암을 써서 지하에 건축한 미로 같은 구조여서 더욱 어둠을 자아내는 듯하다.
그러나 월시는 개관 후 원래의 전제를 약간 수정해 이 2억 달러 규모의 특이한 미술관을 최고수준의 국제 현대미술작품들과 고급 바와 라운지들을 잘 배합한 명소로 만들어 놓았다. 초기 영국 이주민들의 후손인 태즈메이니아의 특권층에서 50만에 달하는 근로계층까지 이 지역주민들의 예상을 뒤엎고 미술관 모나(Museum of Old and New Art)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찾아오기도 쉽지 않은 이곳을 다녀간 사람이 현재까지 100만명을 넘는다. 여행가이드 출판사 ‘론리 플래닛’은 태즈메이니아를 ‘세계에서 반드시 가보아야 할 곳’ 톱10에 올렸다. 뉴욕과 파리의 큐레이터들은 기존의 관례를 무시한 미술관에 경이를 금치 못했다. 이곳 미술관 내 벽에는 작품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지 않다. 방문객들은 그저 지하의 전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작품을 보고 느끼면 된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번쩍이는 붉은 포쉐가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파이버글래스를 소재로 한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윈 웜의 작품 ‘뚱뚱한 차’다. 그러나 어디에도 “조각가가 상징한 것은 과시적인 소비주의”라고 관람객들에게 일러주는 설명은 붙어있지 않다.
관람객들은 독일 화가이자 조각가인 안젤름 키퍼의 대형 회색빛 철강 다발 설치작품에 경탄을 보낼 수도 있다.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벨기에의 현대미술작가 빔 델보예의 유명한 ‘클로아카 프로페셔널’이다. 천정에 매달아 놓은 6개의 머신으로 매일 인간의 배변을 복제하고 있다. 배설물과 냄새까지도.
“미술관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설립되었습니다. 마치 데이빗의 초기 도박인생처럼…”이라고 월시의 협력자이며 미술관 겨울축제 디렉터인 리 카마이클은 말한다. “그는 기존 미술관의 흰 벽들과 해설을 다 없애버렸지요. 작품을 보고 아무 것도 배우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도록 한 것입니다”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쌍둥이선을 타고 강을 따라 올라와 미술관 입구에 도착한다. 배안에 놓인 바로크스타일의 편안한 소파에서 샴페인과 와인과 비어, 달콤한 파이까지 즐긴 방문객들은 99개의 계단을 올라와 미술관 입구를 향하다 의외의 풍경과 마주친다. 잘 손질된 테니스코트와 돌아다니는 몇 마리 닭들, 작은 와이너리…이곳에서 거주하는 월시가 테니스를 즐기고 아침마다 오믈렛을 먹고 와인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가이드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관람객이 원하면 ‘오 머신’이라고 부르는 아이팟 같은 장비를 제공한다. 보고 있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장비다. 희미한 조명 아래 작품이 전시된 3개 층을 돌아다니며 관람하면 된다. 지하 60피트에 사암을 깎아 지어진 긴 복도를 걷기도 하고 건너편에 줄지어 놓인 빅토리아 식 안락의자에서 샴페인과 잡담을 즐기기도 한다.
월시의 약 1,500점 소장 작품 중 현재 약 200점이 전시되고 있다. 미국작가 제임스 터렐의 대리석과 철강 가제보도 있고 델보예의 다른 작품 콘크리트 믹서도 있다.
현 전시작품은 아니지만 논란의 작가 크리스 오필리의 유명한 ‘성모 마리아(The Holy Virgin Mary)’도 이곳에 있다. 월시가 몇 년 전 런던의 사치 갤러리에서 구입한 이 작품은 성모 마리아를 흑인으로 표현하고 그 주변을 코끼리 똥과 포르노 이미지들로 채워 1999년 뉴욕 전시 당시 상당한 논란을 불렀었다.
방문객은 다양하다 - 전통적인 미술 애호가들, 젊은 미술학도들, 태즈메이니아의 절경을 찾아온 관광객들. 모나 미술관 관광이 태즈메이니아의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데 상당한 공헌을 했지만 월시는 여전히 지역주민들에겐 포용하기 힘든 인물이다.
개 조련사인 아버지를 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학교와 교회보다는 태즈메이니아 박물관에 숨어서 책을 읽는 것을 즐겨했던 소년이었다. 태즈메이니아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의 수학재능을 도박에 적용하며 갬블의 세계에 입성했고 도박그룹 ‘뱅크롤’을 조직하여 전 세계를 순회하며 갬블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모나의 첫 카탈로그에서 그는 자신의 미술관 설립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 “나는 갬블링 시스템을 발명하여 돈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부자가 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미술관을 짓자, 유명해지자, 여자들이 몰릴 거야…”그는 “왜 인류는 언제나 예술을 해왔나”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그것은 “예술이 인류의 생존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라는 질문에 귀결되었다고 했다. 그 질문은 “예술이란 무엇인가?”와 함께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는 그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6년 전시회에는 진화 심리학자부터 인식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학계 전문가들을 초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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