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땅이 굳어집니다. 같이 갑시다”라고 한국어로 언급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의 퇴원회견은 매우 인상적이다. 흔들릴 것 같던 한미동맹 관계가 리퍼트 대사의 의젓한 처신으로 오히려 고리가 더 튼튼해져 그는 수퍼스타가 되었다.
사실 리퍼트 대사가 지난해 주한미대사로 발령 났을 때 한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선에 대해 좀 섭섭한 감이 있었다. 주일 미국대사(캐롤라인 케네디)에 비해 주한미대사가 너무 경량급인 것 같은 인상을 풍겼기 때문이다. 42세의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인데다 외교관 경험도 별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부임한 이후 보여준 서민적인 성품과 한국문화 사랑은 유능한 외교관임을 증명하고도 남았으며 이번 테러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든 그의 능력은 그가 멋진 주한미대사임을 증명했다.
이번 테러는 너무나 충격적이었으며 만약 리퍼트 대사가 이 사건을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며 문제를 들고 나왔더라면 한미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소지를 지니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오죽 느꼈으면 중동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병원에 찾아가 리퍼트 대사를 위로 했을까. 박 대통령의 “영원히 같이 갑시다”라는 화답성 위로는 한미외교사에 기록될만한 발언이다.
그런데 어이없는 블랙코미디가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대사 얼굴에 상처 좀 난 것 가지고 온 나라가 난리라고? 종북 콘서트를 연 황선의 남편 윤기진이라는 사람의 논평이다. 게다가 그는 “종북 보다 종미, 종일이 나라 망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자기 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외교관을 칼로 찌르는 그런 몰상식한 행동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사과하기는커녕 얼굴에 상처 좀 났다고 난리라니....이건 좀 부끄러운 수준의 망발이다.
리퍼트 대사를 찌른 김기종이 연행과정에서 무슨 독립투사라도 된 듯한 표정으로 ‘한미연합 군사훈련 반대’를 외쳐대며 자신의 행동이 의거인양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게다가 “김일성만한 위대한 지도자도 없다”고 경찰조사에서 큰 소리까지 쳤다니 한국의 사회분위기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왜 이런 괴물들이 키워졌을까. 미국에서 한국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국은 마치 공권력 부재의 나라처럼 보인다. 체제 수호와 법질서 수호의 공안기능이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악처럼 간주되고 있고 그것이 민주화 투쟁인 줄로 알고 있다. 좌파들의 날뛰는 자세는 일반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공권력 알기를 개떡으로 여기는 풍토가 형성되고 있다.
5년 전 주한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덩어리를 던져 구속 되었던 김기종을 당시 엄하게 처벌 했더라면 리퍼트 대사를 칼로 찌르는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김기종을 집행유예로 풀어 주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분이 괴물을 키운 것이다. 대학시절 민중 민주주의 운운하며 체제 밖에서 혁명을 외치던 세대가 지금 체제 안으로 들어와 자리잡고 있으며 사법부의 중견으로 성장해 있는 현실이 문제다.
한국의 사회기강 해이현상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좌파가 점점 폭력화 되어가고 있는데도 정치인들은 선거를 의식해 그들의 눈치만 보며 공권력 멸시 현상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질병은 초기에는 치료하기 쉽지만 진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진단하기는 쉽지만 치료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변질되어 가고 있다. 리퍼트 대사 식칼테러 사건을 계기로 종북 세력의 폭력화에 대해 한국인들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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