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개혁 행정명령 제동 건 법원이 남은 변수
1월13일 백악관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회동 당시의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 모습.
최대 500만 명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이민개혁안을 둘러싼 ‘치킨 게임’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에 판정승을 거뒀다.
미 하원이 3일 국토안보부(DHS) 예산안에 끼워넣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폐지 조항을 삭제한 이른바 ‘클린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하원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클린 예산안을 투표에 부쳐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가결 처리했다.
미 하원이 예상보다 빨리 클린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대(對)테러업무 담당 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셧다운’(부분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국토안보부 예산안 처리 시한은 애초 지난달 27일에서 오는 6일로 연장됐다.
하지만, 공화당이 그동안 셧다운을 불사하고서라도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클린 예산안 처리는 공화당의 분명한 패배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민개혁 행정명령 폐지 싸움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해 온 공화당 1인자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이 최대 피해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은 그동안 국토안보부 예산안과 이민개혁 행정명령 폐지 조항을 패키지로 함께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1차 셧다운 위기를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를 뚫을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국토안보부 예산안 선(先)처리-이민개혁 행정명령 폐지조항 후(後) 논의’로 방향을 전격적으로 틀었으나 베이너 의장을 포함한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베이너 의장은 오히려 지난달 27일 이민조항은 그대로 살려둔 채 기간만 3주 연장하는 대안을 제시했고 표결까지 강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내부 이탈표가 대거 나오면서 3주 연장안은 찬성 203표, 반대 224표로 부결됐다.
상원이 급하게 시한을 1주일 더 연장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처리하고 하원도 이를 통과시키면서 가까스로 셧다운은 면했으나 이미 그때 베이너 의장의 리더십에는 상처가 크게 났다.
더욱이 베이너 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으로부터 얻어낸 것도 하나도 없이 이날 민주당의 요구를 100% 받아들여 클린 예산안을 처리함으로써 두 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미 언론은 일제히 "베이너 의장이 이번 싸움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공화, 민주 양당이 클린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민개혁 행정명령 폐지 조항은 추후에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지만, 의석 분포상 공화당이 이를 끝까지 관철시킬 가능성은 적다.
하원과 달리 상원(100석)에서는 법안을 심의·표결하기에 앞서 토론 종결을 위한 절차투표를 해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데 공화당 의석은 이에 6석이 모자란 54석이기 때문이다.
베이너 의장은 앞으로 내부의 거세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투표에서 반대표 167표가 모두 공화당에서 나온 것은 베이너 의장의 앞날이 절대로 순탄치 않음을 예고해 주는 대목이다.
안 그래도 티파티 등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베이너 의장을 흔들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쿠데타’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베이너 의장의 한 측근이 앞서 지난 1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3주 연장안에 반대표를 던진 52명을 거론하면서 "이 가운데 일부는 호시탐탐 베이너 의장을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복잡한 내부 기류의 일단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이 이민개혁 행정명령 폐지 싸움에서 사실상 백기를 든 만큼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 이제 남은 하나의 걸림돌은 법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텍사스 주 브라운스빌 연방지법의 앤드루 S. 헤이넌 판사는 지난달 16일 행정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으며,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법원 명령 이행의 긴급 유예 요청과 함께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제5순회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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